법원이 '인보사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등에 총 6억6천400여만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특히 이 명예회장 등이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민사상 책임이 인정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고승일 부장판사)는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및 유가족 18명이 이웅열 명예회장,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총 6억6천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구체적으로는 생존 환자 1인당 3천만원, 사망 환자에게는 1인당 5천만원의 위자료와 수술비 등이 인정됐다. 또한 사망 환자에게 인보사를 처방한 의사와 해당 의료재단에도 1천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당초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였다는 '제조상 결함'을 명확히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 회사들과 이 전 대표, 이 명예회장이 인보사에 대한 결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제조·판매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제조물책임법, 표시광고법, 약사법 위반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환자들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피고들의 배상 책임이 성립된다고 본 것이다.
인보사 사태는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2019년 7월 주성분 변경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가가 취소된 사건이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 속에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호소해왔다.
주목할 점은 이번 민사 판결이 불과 5개월 전, 이웅열 명예회장과 이우석 전 대표가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 2심에서 2026년 2월 무죄가 확정된 이후 나왔다는 사실이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반면, 민사재판은 '개연성'을 바탕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의 차이가 이번 '형사 무죄, 민사 유죄'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은 인보사 사태로 고통받아 온 환자들의 피해 구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형사 무죄에도 불구하고 민사 책임을 인정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서,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제품 개발 및 판매 과정에서의 엄격한 신뢰와 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법적 책임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