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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경제력보다 '복지망'이 핵심"…자살률 낮은 지역의 비밀, 노인 돌봄에 있었다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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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상처인 '높은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촘촘한 돌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살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사회복지시설과 노인 돌봄 체계가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을지대·한양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의 자살 사망률을 공간·시계열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공간·시공간 역학'(Spatial and Spatio-temporal Epidem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토대로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계산하고, 자살률이 지속해서 낮게 유지되는 지역을 이른바 '콜드 스폿'(cold spot)으로 정의해 그 공통점을 들여다봤다. 지난 12년간 확인된 콜드 스폿은 전국 70곳에 달했다.

분석 결과, 자살률이 안정적으로 낮은 지역은 주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충남 서산·보령 등 일부 지역은 자살률이 반복적으로 높은 '핫 스폿'으로 분류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령화와 복지시설의 관계다. 통상적으로 노인 인구 증가는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을 심화해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자살 저위험 지역에서는 오히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핵심 배경으로 '도시형 복지 인프라'를 지목했다. 서울·인천 등 자살 저위험 지역의 경우 노인요양시설, 돌봄서비스,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어,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이 노인의 고립감을 줄이고 자살 위험을 완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고령 인구 자체가 자살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인프라와 사회적 지지 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보호 효과를 만든다"고 해석했다. 복지시설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자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흔히 여겨졌던 이혼율, 출산율, 병상수, 녹지 비율 등은 이번 분석에서 자살률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 역시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재정 여건이 좋으면 복지 인프라 구축이 쉬워지는 간접적 영향은 있다"면서도 "재정이 충분해도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자살률이 낮은 지역의 성공 요인을 역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제는 획일적인 전국 단위 자살 예방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회복지시설과 지역 돌봄 체계 등 각 지역 기반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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