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적 혈액 부족이라는 비상사태에 다시 직면했다. 2022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국가적 혈액 공급 위기를 선포한 미국 적십자사는 환자의 80%에게 안전하게 수혈 가능한 O 포지티브(O )형 혈액마저 하루치 비축량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병원에는 혈액 공급량 제한이라는 초유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2년 1월 이후 4년여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선포된 위기이다. 당시에도 의료 시스템의 압박이 컸으나, 이번에는 특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O 형 혈액의 절대적 부족으로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적십자사는 병원에 분배하는 혈액량을 제한하기 시작하며, 필수 수술 및 응급 상황에 필요한 혈액 확보마저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이번 위기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통상 여름철은 휴가 등으로 헌혈량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시기이다. 그러나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대기질 악화가 겹쳐 헌혈 참여가 더욱 저조했다. 여기에 사이클로스포리아증과 같은 식품 매개 감염 질환이 확산하면서 헌혈 적격자가 줄어든 것도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의 헌혈량은 지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혈액 공급망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미국 혈액센터 협회(America's Blood Centers) 또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혈액 비축량이 응급 진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헌혈 및 혈소판 기증 참여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미국 전역의 의료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경고로 해석된다.
혈액 부족 사태는 단순히 수술 지연을 넘어, 외상 환자 및 암 환자, 만성 질환자 등 정기적인 수혈이 필요한 이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의료 시스템 전반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보건 위협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국가 필수 의료 자원 확보에 얼마나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마주한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이번 위기는 단순히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미래의 유사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혈액 공급망 안정화 및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