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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1.6년 '병든 삶', 기대수명 허상인가?

고진아 기자

의학 발전으로 더 오래 살게 된 인류. 하지만 그 '오래 사는 삶'이 과연 '건강한 삶'일까? 최신 연구는 전 세계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동안 질병이나 장애를 안고 사는 기간, 즉 '건강하지 않은 삶'의 기간도 함께 늘어나 한국 또한 평생 11.6년이라는 기간을 아픔 속에서 보내는 냉혹한 현실을 경고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 크리스토퍼 머리 박사팀이 랜싯 공중 보건에 발표한 1990~2023년 세계 204개 국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기대수명은 9.2년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7.2년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질병 이환 기간 격차'로 정의되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기간이 1990년 8.8년에서 2023년 10.7년으로 1.9년(21.9%)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한국인의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11.6년으로, 1990년 9.4년 대비 2.2년(23.6%)이나 증가했다. 이는 고소득 국가 평균 12.7년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이나,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보건 정책적 노력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한국 11.6년 '병든 삶', 기대수명 허상인가?
[사진=연합뉴스]

성별 특성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여성은 12.1년을, 남성은 9.3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내 성별 간 2.8년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길다는 통념 뒤에 가려진 '긴 아픈 기간'의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질병 이환 기간 격차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이 전체의 5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머리 박사는 인구의 건강 향상이 단순히 오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는 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보건정책이 '건강수명 연장'으로 그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보건 정책의 목표는 이제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 독려, 만성질환의 예방 및 조기 관리 시스템 강화, 그리고 재활 및 장기 돌봄 체계 확충에 대한 사회적 투자와 전방위적인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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