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짧은 간격으로 두 차례 측정한 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평균 혈압 수치에만 집중했던 진료 관행에 새로운 경고등이 켜졌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활용해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41만 6,922명을 약 16년간 추적·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1분 이상 간격의 수축기 혈압 차이로 위험도 분석
임상 현장에서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통상 혈압을 두 차례 이상 연이어 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측정값들의 '평균값'만을 주로 활용해 왔으며, 두 측정값 사이의 변동(차이)이 갖는 임상적 의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5분간 안정을 취한 뒤 1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측정한 수축기 혈압의 차이를 기준으로 대상자들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1분위: 3mmHg 이하
2분위: 4~6mmHg
3분위: 7~11mmHg
4분위: 12mmHg 이상
이후 집단별로 사망률을 비롯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발생 위험을 상호 비교했다.
편차 클수록 심혈관질환 및 고혈압 발병률 쑥
분석 결과, 진료 시 측정한 두 번의 혈압 차이가 클수록 사망 및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비례해서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나이, 성별, 흡연 여부, 체질량지수(BMI), 기저 혈압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 변수를 모두 보정한 후에도 혈압 차이가 가장 큰 4분위 집단은 가장 작은 1분위 집단에 비해 위험도가 대폭 증가했다.
사망·심근경색·심부전 위험: 약 7% 증가
뇌졸중 발생 위험: 약 9% 증가
신규 고혈압 진단 위험: 약 19% 증가
특히 평소 혈압 수치 자체가 높지 않은 정상 범위의 사람이라도 진료 시 두 측정값의 차이가 클 경우,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추가 장비 없이 조기 고위험군 선별 가능"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평균 혈압 수치를 넘어 '진료실 내 혈압 변동성' 그 자체가 향후 건강을 경고하는 독립적인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고혈압 진단 기준에 못 미치는 단계라 하더라도, 혈압 측정값의 편차를 심혈관 위험 평가에 함께 반영한다면 숨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공동 제1저자인 진인태·허석재 교수는 "추가적인 장비나 비용 부담 없이 진료실에서 곧바로 얻을 수 있는 단순한 측정 정보가 십수 년 뒤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협회 저널(JAHA)'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