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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간호계 비극 '태움', 대통령까지 나선 엄단 촉구

고진아 기자

선배로부터 「우리 집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듣는다」는 폭언을 견디다 못해 20대 간호사가 또다시 세상을 등졌다. 2026년 6월 2일 발생한 경기 광주 간호사의 사망 사건은 4년 7개월여 전의 비극을 다시 소환하며,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엄단을 지시할 만큼 고질적인 ‘태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 근무하던 20대 간호사 강수빈 씨다. 강 씨는 지난 2025년 3월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병원 퇴사 후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노동당국은 강 씨의 피해를 인정했으나, 병원 측은 가해자에게 훈계 처분만 내리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결국 강 씨는 지난 6월 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 발생 후 이재명 대통령은 「태움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며 엄단을 지시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고용노동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태움 방지 대책 점검 및 신고센터 운영을 약속하며 전방위적 대응을 천명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은어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행하는 폭력적인 괴롭힘을 의미한다. 이번 강 씨 사망 사건은 2021년 11월 의정부을지대병원 신입 간호사 A씨 사망 이후 4년 7개월여 만의 재발이다. 과거에도 2019년 1월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2018년 2월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등 수많은 간호사들이 이 고질적인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잊힐 만하면 반복되는 비극은 간호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끝나지 않는 간호계 비극 '태움', 대통령까지 나선 엄단 촉구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간호 현장의 폭력은 여전히 만연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2026년 5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62.3%가 지난 1년간 폭언을 경험했다. 대한간호협회가 2025년 10월 공개한 조사에서는 간호사의 50.8%가 최근 1년 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가 가장 많았으며, 의사(52.8%)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병원 내 다른 직종(43.0%), 환자 및 보호자(58.2%)에 의한 폭언 및 폭력도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만연한 괴롭힘의 근본 원인으로 「만성적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적했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업무 과중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후배 간호사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전방위적 대응을 약속했지만, 간호계는 태움의 근본 원인이 '만성적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뿌리 깊은 조직 문화 혁신 없이는 이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간호사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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