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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인구 절벽' 비상…동남아 최초 전국단위 출산지원 '칼' 빼 들다

고진아 기자

동남아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던 베트남이 전국적인 다자녀 출산 지원금 제도를 동남아 최초로 시행하며 '인구 절벽' 비상에 칼을 빼 들었다. 작년 합계출산율 1.93명이라는 위기 속에, 1인당 GDP 5천 달러의 중진국 베트남이 선진국형 인구 문제에 조기 직면하며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의약·보건 분야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 7월 1일자로 시행한 인구법 시행령 개정안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지원책을 담았다. 35세 이전 둘째 자녀 출산 여성, 저출산 지역 거주 여성, 소수민족 여성에게 최소 200만 동(약 11만8천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출산휴가도 연장된다. 둘째 자녀 출산 여성의 출산휴가는 기존 6개월에서 7개월로, 남편의 출산휴가는 5일에서 10일로 각각 확대된다. 보건 의료 분야에서는 다운증후군 등 4가지 주요 선천성 질환 산전 검사와 선천성 심장 기형 등 5가지 주요 질환 신생아 검사 지원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심각한 저출산 현황이 있다. 베트남의 작년(2025년) 합계출산율은 1.93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2024년 1.91명에서 근소하게 반등했으나,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작년(2025년) GDP 성장률 8.02%에도 1인당 GDP 약 5천 달러로 중진국 단계인 베트남은 '인구 절벽'이라는 조기 위협에 직면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중반에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로 늘어나고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인구 절벽' 비상…동남아 최초 전국단위 출산지원 '칼' 빼 들다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의 이번 정책은 과거 인구 억제 정책에서 180도 전환됐다. 1988년 '가구당 2자녀 제한' 정책을 도입했던 베트남 정부는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작년(2025년) 해당 정책을 공식 폐지하고 다자녀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완전히 바꾸었다. 이는 베트남이 인구 구조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베트남 정부의 조치에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유엔인구기금(UNFPA) 베트남 인구개발국장 팜 티 란은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현금 지원의 한계와 주거비·육아비 부담 해소를 위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하노이에서 월 380달러(약 59만원)를 버는 24세 가게 계산원 쩐 민 아인은 「나는 아이를 전혀 낳지 않을 것」이라며,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압박이 너무 크다. 말도 안 된다」고 토로해 정책이 직면한 현실적 난관을 부각했다.

베트남 정부의 과감한 전국 단위 출산 지원 정책은 인구 절벽이라는 초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유엔인구기금 전문가의 지적과 현장 청년의 목소리처럼, 일회성 지원을 넘어선 주거, 교육, 보육 등 근본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없이는 실질적인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베트남의 사례는 경제 발전 단계와 무관하게 인구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건 의료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을 재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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