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안식처여야 할 요양병원에서 의료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났다. 서울 북부의 한 요양병원 병원장을 포함한 의료진 20명이 의사 처방 없이 환자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투약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종암경찰서는 29일 해당 요양병원 병원장, 야간당직의사, 간호사, 간호과장 등 총 20명을 마약류관리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4년 10월부터 약 1년 8개월간 환자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소리를 지를 때 의사의 정식 처방 없이 항불안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임의로 반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약물 출처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 요양병원 의료진은 신규 입원 환자가 기존에 복용하던 처방약을 가져오거나, 심지어 사망한 환자의 남은 약물을 무단으로 수거하여 보관한 후 사용했다. 정상적인 의약품 관리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의료기관 내부에서 불법적인 약물 유통과 투약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이들은 불법 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병원장과 간호과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대비하여, 무허가 투약 사실을 진료기록부와 간호기록에 절대 남기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을 넘어, 의료기관 차원에서 위법 행위를 인지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중대한 의료법 위반이자 의료윤리 위반으로 평가된다. 의료기관의 신뢰와 투명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번 사건으로 병원장부터 야간당직의사, 간호사 등 무려 20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한꺼번에 검찰에 넘겨지며 의료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취약한 노인 환자들이 주로 머무는 요양병원에서 이러한 불법적인 약물 투약과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번 사건은 요양병원 내 마약류 의약품 관리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며, 취약한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및 의료윤리 재정립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