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차 태아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 윤모씨 등에게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의 이러한 요청은 의료인의 생명 존중 의무와 윤리 의식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판단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의약·보건계에 깊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는 이날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병원장 윤모씨에 징역 6년, 집도의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산모 권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구형됐다. 이는 2년 전 1심 선고형과 동일한 구형량으로, 재판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씨 등은 지난 2024년 6월, 34~36주차의 만삭에 가까운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출산시킨 뒤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단순한 임신중절을 넘어선 명백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병원장 윤씨의 범행 동기는 참담한 병원 경영난이었다. 그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2년간 브로커를 통해 527명의 임신중절 환자를 불법으로 유치하고, 그 대가로 14억6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규모의 불법 시술을 통해 병원 재정을 메우려 한 정황은 의료인의 기본적인 윤리와 생명 존중 의식을 저버린 행태로 비판받고 있다.
이 사건은 2024년 7월, 산모 권씨가 직접 자신의 임신중절 경험담을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곧바로 '태아 살인' 논란으로 번졌고, 이어 보건복지부에 진정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전격적으로 개시됐다. 한 산모의 '경험담'이 끔찍한 의료 범죄의 전모를 드러낸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이날 최후 변론에서 윤모씨 변호인은 '이 사건이 일반적 살인사건과 달리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윤씨는 최후 진술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한 생명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오는 2026년 7월 23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는 이 사건의 최종 법적 판단을 내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심과 동일하게 유지된 항소심 구형량을 통해, 사법부가 의료 윤리 및 태아 생명 보호에 대한 어떤 최종 판단을 내릴지 의료계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불법적인 의료 행위와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강력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