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에 50여 곳이 허가된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의 환호 속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약사법상 법적 정의조차 없어 정부의 실태 파악은 '깜깜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규제 사각지대 속 무분별한 대형화가 동네 약국의 일반의약품 매출 30~40% 급감이라는 치명적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점이 강력히 제기된다.
대형마트형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약국 이용 경험을 제공하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밤늦은 시간에도 비상약을 구할 수 있고, 반려동물 약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들 약국은 긴 영업시간, 저렴한 가격, 쇼핑카트를 이용한 대형마트식 운영 방식 등으로 일반의약품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의약품까지 폭넓은 품목을 취급하며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 뒤에는 심각한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 국내 첫 사례인 '메가팩토리'가 작년 6월 문을 연 이래 전국에 50여 곳이 허가되었으나, 실제 운영되는 곳은 40여 곳으로 추정될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 '정확한 개설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밝히며 약사법상 법적 정의가 없어 정부가 사실상 '깜깜이' 상태임을 인정했다. 이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명확하다는 방증이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과 맞물려 약국 시장의 대형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연 매출 300억 원 이상 약국은 2021년 18곳에서 2024년 27곳으로 50%나 급증했으며, 전체 약국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에서 3.7%로 확대되었다. 전체 의약품 및 의료용품 소매업 매출액 역시 2021년 26조7천877억 원에서 2024년 33조607억 원으로 23.42% 증가했으며,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0.18% 늘었다. 이는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대형 약국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대형 약국 시장의 성장은 반대급부로 동네 약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창고형 약국 인근 동네 약국의 일반의약품 매출이 30~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인근 약사들의 81.6%가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골목상권 약국들이 처한 위기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창고형 약국 몇 곳이 운영 중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겠는가」라며 창고형 약국의 법적 개념 정립과 지역 약국 보호,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관리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독립 약국 보호를 위한 '우선 약국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연방거래위원회(FTC)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독립약국의 38.9%가 폐업하는 등 대형 약국 체인의 확산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변화이지만, 정부의 '깜깜이' 행정이 지속된다면 무분별한 시장 대형화가 동네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결국 약국 이용의 지역 불균형과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부는 김미애 의원의 지적처럼 창고형 약국의 법적 개념부터 조속히 정립하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지역 약국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모두 고려한 선제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