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의약품 유통업계는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거대 공룡'이 불과 1년 만에 7곳에서 9곳으로 급증하는 대형화의 파고가 거세진 반면, 수천 개의 영세 업체가 여전히 난립하며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거대 공룡들의 지배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2025년) 매출 1조원을 넘긴 업체는 9곳으로, 2024년 7곳보다 2곳 늘었다. 2022년 4곳에 비하면 3년 만에 '더블 스코어'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매출 1위는 지오영으로 3조4천84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8.7% 성장했다. 이어 백제약품(2조7천508억원), 케어캠프(1조3천185억원), 인천약품(1조2천536억원), 지오영네트웍스(1조2천302억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상위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도 두드러졌다. 케어캠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3.0% 폭증하며 대형 업체들의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지오영은 16.3%, 백제약품은 21.5%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이들 상위 3사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체 업계 평균 9.1%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 전체 매출 약 36조원 중 상위 10개 업체의 비중은 42.8%로, 2022년 39.8%, 2024년 41.7%에서 꾸준히 상승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로 병원 대상 유통을 담당하는 지오영과 지오영의 자회사로 약국 대상 유통/영업을 맡는 지오영네트웍스의 상위권 안착은 이러한 대형화 흐름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화 흐름 속에서도 의약품 유통업계에는 3천∼4천개 기업이 난립하는 '불가사의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서도 영세 도매상의 품질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이는 낮은 창업 문턱과 적당한 노하우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한 시장 구조 탓으로 분석된다. 영세업체 난립은 의약품 유통의 품질 관리 부실로 이어져 국민 보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의약품 보관 및 유통의 최소 요건인 창고 면적 165㎡(수입 의약품 등 66㎡) 등 규제 준수 여부도 영세 업체에서는 큰 도전 과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창업 문턱이 낮고 적당한 노하우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서 영세한 업체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의약품 유통업계는 상위 소수 대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대형화와 동시에,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한 수천 개 영세업체의 난립이라는 이중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대형화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재 구조로는 유통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시사점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