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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바이러스 확산, 포스트 코로나 보건 소통의 시험대

장선희 기자

설치류를 매개로 하는 한타바이러스, 대서양 한가운데 격리된 크루즈선, 그리고 잇따른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공포와 불안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특히 대서양을 운항하던 고급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세계 보건당국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과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한타바이러스가 새로운 바이러스는 아니며 팬데믹으로 번질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정보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불필요한 공포를 자극하지 않는 균형 잡힌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포 대신 신뢰” 보건당국의 새로운 대응 방식

미국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은 최근 SNS를 통해 “한타바이러스 관련 스레드를 시작한다”며 “단, 단체 채팅방에 패닉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끝까지 읽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유머를 섞어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의 경직된 소통 방식과 달리 공감과 설명 중심의 접근을 시도한 사례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여러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시기의 혼란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보다 투명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의 긴급대응 책임자 지안프랑코 스피테리는 “우리 업무 시간의 절반은 어떻게 소통할지를 논의하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가 남긴 불신의 그림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정부는 초기 대응이 늦었거나 상황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가마다 방역 조치와 백신 정책이 달랐고, 혼란스러운 메시지와 정치화된 논쟁, 허위정보가 동시에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유럽연합(EU) 27개국 중 20개국에서 공공보건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타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이러한 불신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팬데믹 아니다” 반복 강조에도 온라인 불안 확산

보건당국은 한타바이러스가 심각한 공중보건 사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반 대중의 감염 위험은 낮다고 거듭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또다시 봉쇄 조치나 마스크 의무화가 시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한타바이러스 전문가 구스타보 팔라시오스 교수는 “사람들이 균형감을 잃은 상태”라며 “공중보건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NS에서는 한타바이러스를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위협으로 묘사하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이버멕틴·비타민D·아연 등을 예방책으로 홍보하는 게시물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이자 백신 부작용이라는 음모론이나 제약회사 수익을 위한 조작이라는 주장까지 퍼지고 있다.

한타바이러스

[사진=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 전문가들 “허위정보 대응력 키워야”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심리학자이자 허위정보 연구자인 샌더 반 데어 린든 교수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대중이 허위정보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감염병 사태에서 접할 수 있는 음모론 유형까지 미리 알려주는 방식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사회 전체의 정보 회복력을 높이는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WHO “이번은 코로나19와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정기 브리핑과 SNS 질의응답 등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특히 WHO 사무총장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는 혼디우스호가 정박한 스페인 테네리페 주민들에게 공개서한까지 발표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은 또 다른 코로나19가 아니다”라며 “현재 한타바이러스의 공중보건 위험은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태 발생 닷새 뒤인 5월 8일 첫 공식 정보를 내놓으면서 초기 대응 속도가 늦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이후에는 정보 제공 빈도를 크게 늘리고 있다.

미네소타대 감염병 전문가 마이클 오스터홈 교수는 “코로나19에서 배웠어야 할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하는 말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크루즈선 집단감염, 코로나 악몽 다시 소환

이번 사태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크루즈선 집단감염’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초기 일본 앞바다에 정박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 사태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는 14명이 사망하고 승객과 승무원 약 3000명 중 4분의 1이 감염됐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크루티카 쿠팔리 교수는 “크루즈선은 코로나19 초기의 매우 강렬한 기억과 연결돼 있다”며 “사람들의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네리페 주민 로라 미얀(40) 역시 WHO 수장과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 대응을 위해 섬을 찾는 모습을 보며 긴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한 독감이라면 이렇게 많은 관계자들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동시에 이런 대응이 적절한 방역 조치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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