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라이프
#국내#바이오#R&D

국내 바이오 R&D 재편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임상 승인 가속 ...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

김지현 기자
국내 바이오 R&D 재편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임상 승인 가속 ...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
©연합뉴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들이 신약 후보물질의 공동 개발을 본격화하고 임상 시험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연구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폐질환과 항암제 분야에서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과 임상 승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구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사결정 체계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단순한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연대와 조직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와 임상 운영 능력을 갖춘 중견·대형 제약사 간의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 간의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연구 조직의 화학적 통합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의 R&D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NXC680 공동 연구 및 임상 1상 추진 전략

HK이노엔은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손을 잡고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NXC680에 대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각 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결합하여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임상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HK이노엔은 후보물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완제의약품 제형 최적화 연구와 실제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 운영 전반을 주도하게 된다.

협력의 파트너인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원료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간 축적한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여 임상 설계의 정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기업은 2026년 4월 20일 발표를 기점으로 임상 1상을 공동 수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NXC680은 넥스트젠이 진행한 비임상시험 단계에서 이미 폐 섬유화 증상의 완화 및 치료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확인된 물질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혁신 신약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HK이노엔의 제형 최적화 기술이 접목되면 약물의 체내 흡수율과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조기에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양사는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 아웃 등 추가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다.

▲ 현대바이오 페니트리움 전립선암 병용요법 식약처 승인 및 임상 개시 파급력

항암제 분야에서도 고무적인 성과가 도출되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의 신약후보물질인 페니트리움을 활용한 전립선암 병용요법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기존의 표준 치료제와 페니트리움을 병용 투여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현대바이오의 전략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페니트리움의 핵심 기전은 암 조직 주변에 형성된 경직된 세포외기질(ECM)을 부드럽게 연화시키는 데 있다. 암세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강력한 구조적 장벽을 구축하는데, 이는 기존 항암제가 암 조직 내부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페니트리움은 이러한 미세환경의 장벽을 완화하여 표적항암제나 화학항암제가 암 조직 내로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식약처 승인에 따라 페니트리움과 유명 표적항암제인 엔잘루타마이드의 첫 병용 임상 시험은 5월 중 서울대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이번 임상은 약물 전달 시스템의 혁신이 실제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물 전달 기전의 혁신은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어 향후 파이프라인 확장성 측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팜젠사이언스 R&BD위원회 신설을 통한 연구 역량 결집 및 경영 효율화 분석

한편, 기업 내부의 연구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여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팜젠사이언스는 연구개발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연구개발 전담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위원회의 신설이다.

기존에 팜젠사이언스는 신약연구본부, 제제연구본부, 개발본부, 제약연구실 등 각 목적에 따라 여러 조직이 분산되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변화하는 제약 산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비즈니스 개발이 통합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들 조직을 모두 R&BD 위원회 산하로 편입시켰다. 이러한 통합은 각 부서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 단계까지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신약 연구개발의 양적 팽창은 물론 질적 수준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분산된 자원을 집중 투자함으로써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지고,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내부 정비를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국내 바이오 산업은 기술적 진보와 전략적 연합, 그리고 내부 효율화를 위한 조직 혁신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성장 궤도를 그리고 있다. HK이노엔과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의 협업, 현대바이오의 혁신 기전 임상 승인, 팜젠사이언스의 조직 통합 사례는 모두 한국 바이오 생태계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실제 신약 출시라는 결실로 이어질 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는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