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면역치료 효과가 어떤 면역세포가 먼저 종양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면역세포의 작용 순서가 치료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내며, 향후 맞춤형 면역치료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은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연구팀과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성수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교모세포종의 면역 환경을 분석한 결과, 면역세포의 유입 순서에 따라 항암 면역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이동 순서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미세유체 플랫폼을 활용해 3차원 인공 뇌종양 조직(스페로이드)을 제작한 뒤,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종양에 도달하는 순서만 달리해 면역반응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가장 먼저 종양에 도달한 면역세포가 이후 면역 환경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가 먼저 종양에 유입될 경우 종양을 보호하는 신호전달 경로인 STAT3가 활성화되면서 NK세포의 종양 침투가 억제됐다. 반면 NK세포가 먼저 도달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유전자 발현이 활발해졌고, 보다 강한 항암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실제 환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10년 이상 장기 생존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교모세포종 세포를 비교한 결과, 생존 기간이 짧았던 환자의 종양세포는 미세아교세포와 만나면 증식이 더욱 활발해졌으며 NK세포의 공격에도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한 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NK세포가 먼저 종양에 유입될 경우 면역 활성과 생존율 향상에 관여하는 핵심 면역물질인 IL12A의 발현이 선택적으로 증가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대규모 교모세포종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IL12A 발현 수준이 높은 환자일수록 생존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긴 것으로 나타나, 해당 물질이 항암 면역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생체지표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의 면역 환경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만나는 순서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환자의 치료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종양학 및 신경종양 분야 국제학술지 'Neuro-Oncolog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