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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으로 스러진 27세 간호사 49재, 유족 "가해자 면허 취소" 절규

고진아 기자

27세 꽃다운 나이에 직장 내 괴롭힘, 일명 '태움'의 희생자가 된 故 강수빈 간호사의 49재가 2026년 7월 20일, 그가 과거 근무했던 경기 광주시 모 병원 앞에서 엄수됐다. 비통함과 분노가 뒤섞인 유족의 피맺힌 절규가 병원 앞에 울려 퍼지며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근절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강수빈 간호사의 유족들은 마이크를 잡고 「가해자에 대한 간호사 면허를 반드시 취소해달라」며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이라고 힘주어 호소했다. 유족들의 목소리에는 자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종교·사회·노동계 연대 시민지원단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의료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고 강수빈 간호사의 사망은 지난달 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언론 보도 이후에야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의 비극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강 간호사는 지난해 3월 해당 병원을 퇴사한 직후 노동 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 노동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거쳐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일부 인정했으나, 병원 측은 가해자에게 고작 '훈계' 처분만을 내리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노동 당국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움'으로 스러진 27세 간호사 49재, 유족
[사진=연합뉴스]

故 강수빈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의료 현장에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태움'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면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은어다. 이는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돕는다는 명목 아래 폭언, 괴롭힘, 인격 모독 등을 자행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의료 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아온 '태움' 문화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가 낳은 구조적인 폭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족의 절규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인권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시급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 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드러났으며, 노동 당국의 괴롭힘 인정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미했던 점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과연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이끌어낼지, 나아가 이번 사건이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는 전환점이 될지 사회 전체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료계는 故 강수빈 간호사의 죽음 앞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통해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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