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83%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가운데, 최근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원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백신 종류의 편중과 지원 대상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예방접종 도입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2026년 6월 기준,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약 83%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매년 약 70만 명이 발병하는 대상포진이 발병 후 신경통 및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한 신임 지자체장들은 6·3 지방선거 공약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 사업 확대를 내세운 경우가 많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경기도 하남, 군포, 동두천 시장들은 관련 제도 신설을 예고했으며, 이학수 정읍시장은 무료 접종 대상을 기존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도 65세 이상 대상포진 예방접종비 지원을 언급하며 고령층 건강 증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처럼 지자체 차원의 대상포진 백신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파편화된 지원으로는 공중 보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한국 역시 국가 차원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 종류의 편중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독성을 약하게 한 '생백신'(1회 접종)과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사백신'(2회 접종)으로 나뉜다. 특히 암 환자나 장기 이식 등으로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재조합 사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 지원 사업은 생백신 접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재조합 사백신 지원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위험군과 지원 범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지자체의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사업이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한 접종 지원을 넘어 환자의 면역 상태와 최적의 예방 효과를 고려한 백신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대상포진 백신 지원 확대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일관된 기준과 지원 없이 파편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정책은 백신 종류별 차이, 면역 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고려 부족으로 인해 공공 보건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전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국가 예방접종 도입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와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