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아프리카 보건 자생력, K-협력 모델로 '위기 후퇴' 막는다

고진아 기자

2026년 현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원조 축소와 콩고민주공화국(DRC)·우간다 에볼라 사태가 아프리카 보건 체계의 깊은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감염병 위기를 넘어 외부 지원에 의존해 온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전문가들은 일제히 「현지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협력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제언한다.

최근 DRC와 우간다를 휩쓴 에볼라 사태는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원조 축소 정책과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지원 철회는 아프리카 보건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가했다. 이로 인해 취약한 보건 시스템이 더욱 흔들리며, 인력 부족과 의약품 공급망 불안정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은 동아프리카의 「취약한 보건·검역 체계와 감염병 인식 부족」을 지적하며 현지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외부 원조 의존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체 보건 역량 강화를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다. 아주대 보건대학원 레디엣 사흐루 씨(에티오피아 출신 유학생)는 「솔직히 무섭다」며 직접적인 불안감을 고백했다. 그는 「장비는 있어도 이를 제대로 다룰 인력이 부족」하고, 「출생 등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지역」이 많다고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증언했다. 임기대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보건 성과가 후퇴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하며, 인프라 구축 중심의 단발성 지원보다는 인력 양성, 감염병 감시체계 및 1차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등 시스템 자체를 공고히 하는 협력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아프리카 보건 자생력, K-협력 모델로 '위기 후퇴' 막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한 K-협력 모델이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시에라리온 에볼라 사태 당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해 치료 경험을 쌓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우수한 진단 시약 제조 및 방역 역량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이는 아프리카 현지 인재 양성 및 보건의료 제도 컨설팅, 나아가 백신 제조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강점이다.

김현경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본부장은 「원조받던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은 아프리카에 '우리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의 백신 제조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한국 정부 초청 장학사업(GKS)을 활용한 보건 인력 양성 및 디지털 헬스 솔루션 전수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광물 채굴권 등 정치적 조건부 원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아프리카 각국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감염병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의 보건 위기는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글로벌 보건 안보의 핵심 과제다. 한국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원조받던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독자적 경험과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진정한 '자생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보건 협력의 새 지평을 열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스로 보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프리카 보건 자생력, K-협력 모델로 '위기 후퇴' 막는다 : 정책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