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도, 기저질환도 없는 '단순 독감'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진료 기간을 13% 더 길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26년 6월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충격적인 분석 결과는 항생제 오남용의 심각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년간 독감 외래 진료 에피소드 총 140만1천178건을 심층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저질환이나 합병증이 없어 항생제 처방이 불필요한 '저위험' 독감 환자 에피소드 25만6천823건(전체 진료의 18.3%)에 대한 분석이다. 이 중 무려 13.3%에 해당하는 3만4천41건에서 항생제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항생제를 처방받은 저위험 독감 환자의 진료 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3% 더 길었다는 점이다. 이는 항생제가 합병증 없는 독감 치료에 '큰 실익이 없다'는 전문가 진단을 넘어,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분석에서는 의사의 연령과 진료과목이 항생제 처방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의사의 연령이 높을수록 항생제 처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65세 이상 의사는 45세 미만 의사 대비 2.03배 높은 처방 가능성을 보였다. 진료과목별로는 이비인후과의 항생제 처방 교차비가 3.08배로 다른 과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 특정 진료 환경에서의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영민 교수는 '합병증 없는 단순 독감에 대한 선제적 항생제 처방은 치료 기간 단축에 큰 실익이 없다'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독감은 바이러스 질환이므로 세균 감염에만 효과가 있는 항생제는 무용하며, 오히려 내성균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적 상식에 반하는 처방 관행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점은 의료계 전체의 반성과 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항생제 문제 외에 또 다른 관행적인 약제 처방 실태도 확인됐다. 독감 진료 에피소드 중 77.2%에서 제산제 등 소화기계 약제가 함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증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약제가 관행적으로 처방되는 현실은 불필요한 약물 사용과 의료 자원 낭비라는 이중고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급여 기준 및 처방 가이드라인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방증한다.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은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국가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인 낭비로 이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급여 기준 정비 등 정책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계는 합병증 없는 독감에 대한 '정교한 적정 진료'를 통해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국민은 약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는 '공동 노력'이 시급하다. 이는 환자 중심의 건강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항생제 내성 위협으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