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신체 활동량이 적고 수면-각성 주기가 불규칙한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낮 활동 패턴이 불량할 경우 치매 위험이 최대 43%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시테대와 영국 유니버시티콜리지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신경학(JAMA Neurology)'에 영국 노인 5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손목 가속도계를 통해 측정한 신체 활동 및 수면-각성 주기와 치매 위험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낮 활동 줄고 밤 수면 불규칙하면 치매 위험 '빨간불'
치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 언어, 문제 해결 능력 등이 저하되는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다. 현재로서는 진행을 늦추는 것 외에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발병 위험을 조기에 진단해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여한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가 없는 5만3448명(평균 연령 67.5세)을 대상으로 7일간 손목 가속도계를 착용하게 해 활동량과 수면 패턴을 측정했다. 이후 평균 7.8년간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중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75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이 수면-각성 주기 지표를 분석한 결과, 치매 위험은 두 가지 주요 구성요소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첫 번째 구성요소 (낮 활동 패턴): 중·고강도 신체활동(MVPA) 시간이 짧고 빈도가 낮으며, 저강도 활동 시간이 길거나, 낮 동안 활동하다가 자주 쉬는 패턴.
두 번째 구성요소 (수면 및 기상 특성):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길고, 수면 중 깨어 있는 시간이 길며,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기상 시간이 지나치게 이른 패턴.
분석 결과, 낮 신체활동과 관련된 첫 번째 구성요소 점수가 높아질수록(표준편차 1 증가 시) 치매 위험은 43%나 올랐다. 수면-각성 주기를 반영한 두 번째 구성요소 점수가 높아질 때도 치매 위험이 10% 증가했다.
◆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지표', 치매 유전자만큼 예측력 높아
이번 연구는 나이 외에 수면·활동 패턴 같은 '비침습적 디지털 지표'를 활용해 치매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존의 연령, 성별, 교육 수준, 흡연, 음주, 기저질환(고혈압·당뇨) 등 13개 위험 요인을 포함한 예측 모델에 이번 수면-각성 주기 지표를 추가한 결과, 치매 예측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특히 연령만 포함된 단순 예측 모델에 이 수면-각성 주기 지표를 추가했을 때의 예측력은, 대표적인 치매 위험 유전자인 'APOE ε4'를 추가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낮 활동 감소와 불규칙한 수면·기상 리듬은 치매 위험 증가와 직결될 수 있다"며 "향후 손목 가속도계 등 비침습적 지표를 기존 바이오마커와 함께 임상에 도입한다면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 활동량을 늘리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며,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유지하는 등 생체리듬을 강화하는 비약물적 개입이 실제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