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상태가 취약할수록 대면 상담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민 상담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중증 우울군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AI가 정신건강 서비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 우울 증상 심할수록 AI 상담 이용 빈도 높아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수도권 거주자(15~49세)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선별검사(PHQ-9) 결과 '중증 우울 이상'으로 분류된 집단의 AI 상담 이용률은 53%에 달했다. 이는 '정상' 집단의 이용률(2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경도 우울' 집단 역시 41%의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연구원은 심리적 고통이 클수록 타인에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익명성이 보장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AI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10대 청소년 '중증 우울' 비중 최고... AI가 '심리적 보루' 역할
연령대별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10대의 '중증 우울 이상' 비율은 1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주변의 시선이나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청소년들에게 AI 상담이 효과적인 심리적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77%는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AI 상담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AI 상담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기술은 보조, 돌봄은 사람"... 하이브리드 케어 제안
경기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 '포용적 정신건강 정책'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현장 상담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AI 지원 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연계를 통한 취약 집단 조기 발견 △AI가 초기 평가를 맡고 전문 상담사가 최종 케어를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체계' 도입 등이다.
이근복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AI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강력한 도구"라면서도, "결국 최종적인 판단과 따뜻한 돌봄은 사람의 영역인 만큼, 기술의 효율성과 사람 중심의 케어가 조화를 이루는 경기도만의 정책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