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근육의 이상으로 돌연사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심근병증'의 유전적 발병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새롭게 규명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심근병증과 연관된 핵심 유전자와 세포 간 상호작용 기전을 밝혀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유전적 변이의 기능을 해석하고, 새로운 치료 타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희귀 변이 통합 분석으로 '유전자 지도' 정교화
심근병증은 심부전이나 부정맥을 유발하는 주요 질환이지만, 유전적 원인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 전장유전체 염기서열분석으로는 임상적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미 불명 변이(VUS)'가 너무 많이 발견되어 실제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심근병증 환자 245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부담 분석(Burden Analysis)' 기법을 도입했다. 이 기법은 특정 유전자에 나타나는 여러 희귀 변이를 하나의 단위로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의미가 모호했던 3584개의 희귀 변이 중 심장 형성 및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144개의 핵심 유전자를 최종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심장내피세포 발현 확인... "세포 간 상호작용이 발병 열쇠"
이번 연구는 단순히 유전자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단위에서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분석했다. 연구팀이 환자와 정상인의 단일 세포 데이터 1만 1664건을 정밀 비교한 결과, 심근병증 환자의 유전자 변이는 심근세포뿐만 아니라 심장내피세포에서도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근병증이 단일 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심장 조직 내 다양한 세포들 사이의 상호작용 이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 앞당긴다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향후 심근병증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존에 기능이 불분명했던 유전 변이의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병의 원인을 몰라 고통받던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정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