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소아 백혈병 발생 위험이 초미세먼지 노출에 비례해 최대 40%까지 급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의 6배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대기질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할 때다.
소아 백혈병은 전체 소아암의 약 28%를 차지하며, 특히 1~4세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처럼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백혈병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많은 부모와 의료진에게 고통을 안겨왔다. 그동안 초미세먼지가 성인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널리 알려졌으나, 성장기 아이들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이화여대 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0~18세 소아청소년 38만4천606명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 추적 분석한 결과, 장기적인 초미세먼지 노출이 소아 백혈병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5㎍ 높아질 때마다 백혈병 발생 위험이 무려 40%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대기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9.6㎍/㎥로, 이는 우리나라 환경기준(15㎍/㎥)의 2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5㎍/㎥)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대 19년에 걸친 추적 기간 동안 총 272명의 소아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으며, 백혈병은 전체 소아암의 약 28%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소아암으로 꼽힌다. 특히 0~11세 어린이에서, 여아보다 남아에서 초미세먼지 노출과 백혈병 발생 간의 연관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체내에 흡수되면 산화스트레스 증가, 유전자 손상, 면역체계 교란 등을 유발하여 백혈병 발생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단위 체중당 호흡량이 많고, 면역체계가 미성숙하며, 혈액을 만드는 조혈계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초미세먼지 노출에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이 0~11세 어린이에게서 백혈병 연관성이 두드러진 이유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어린 연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초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공중보건 정책이 필요하다」고 명확히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먼지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미래 세대의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의약일보는 보건 당국과 의료계에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한 긴급한 대기질 개선 정책 마련과 실질적인 공중보건 활동 강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초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