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였던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가 다시금 추진될 전망이어서 약사회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담당 수석으로부터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 방안에 대해 보고받고 “국민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슈퍼마켓 판매 금지 방침을 철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불허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진 장관은 이날 “약사법 개정 전이라도 현행 분류의 틀 내에서 국민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오는 15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들과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불허하는 대신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는 가정상비약의 경우 약국 이외에도 슈퍼마켓에서 자유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으로 지정하도록 약사법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사회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약사법 개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미국에서는 슈퍼에서 감기약을 사는데, 우리는 어떠냐”고 질문하면서 사실상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보건복지부가 약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사실상 무산시키자 시민단체와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편, 정부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사실상 불허한 데 대해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도 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고 이에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특히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과 의약외품을 분류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안전성이 중요한 의약품 분류를 이해당사자간 합의로 결정해선 안 되며, 안전성은 의사가 전문가인 만큼 의사 중심으로 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도록 약사법 개정이 안 되면 항의집회와 시위는 물론, 약사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예고하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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