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기, 성기를 만지는 등의 습관은 아이들 발달과정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습관적 행동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적 행동의 이면에는 현재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상태에 대한 또 다른 암시적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님들은 아이의 습관적 행동을 무심코 지나치기 보다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지속되는지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습관적 행동에 대한 병리적 진단으로서 ‘습관장애’라는 것이 있다. 습관장애는 우연한 기회의 학습에 의해 경험되고, 그렇게 형성된 습관이 개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 유형일 경우에 습관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습관장애의 진단에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자녀의 습관이 부모와 아이에게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더라도, 습관 행동 뒤에는 부모에게 표현되어지지 못하는 현재 아이의 부정적인 신체적 심리적 상태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습관적 행동을 무심코 지나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부모로서 세심히 관찰한 후,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이의 또 다른 양상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휴한의원 위영만 원장은 “임상치료 현장에서 습관 행동은 신경병리적 양상에서 과도기적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병리적 증상의 스펙트럼 내에서 한쪽은 일반적 양상으로 보고 반대편 끝은 강박장애, 틱장애, 정서장애, 품행장애, 반항장애, ADHD 등이 존재한다고 볼 때, 습관장애는 그 중간 어느 정도에 위치한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틱장애나 정서장애, ADHD 등이 발병하기 전에 아동에게서 손톱 물어뜯기, 습관적 떼쓰기, 손가락 빨기, 머리카락 뽑기, 성기 만지기, 헛기침, 킁킁거리기, 눈 깜박임, 야뇨증 등이 먼저 발생되었던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녀에게서 이러한 초기적 습관들이 보일 때 조기에 적극적 치료하면 미래에 나타날 수도 있는 병리적 양상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병이 된 이후보다 치료경과 및 예후도 훨씬 좋은 편이다. 더불어 자녀의 학습과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처음 습관적 행동이 나타났을 때는 그러한 행동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야단을 치거나 지적을 하면 나아질 거란 생각이 들며, 실제로 아이들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형태만 달라질 뿐이며, 그러한 습관적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자녀의 불안한 정서 및 신체적 상태는 그대로 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문제에 대한 접근이 꼭 이루어져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하겠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불안한 심리와 불편한 신체적 상태에 대한 표출로 단순한 버릇 양상의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과도기적 습관 행동들이 병리적 형태로 변형되어 갈 수 있는 첫 번째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자녀의 습관적 행동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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