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라고 하면 소위 ‘잠을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헛소리’라고 한다. 사람들은 가끔 잠을 자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수면 중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태훈(24세)씨는 그 정도가 좀 심한 편이다. 어릴 때부터 밤에 이를 갈고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다가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대화하듯 중얼거리기도 하는 등의 행동으로 가족들조차 그와 함께 잠을 자길 꺼릴 정도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룸메이트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쳐야 했고, 결국 한 학기가 지난 후에는 자취를 결심하게 되었다.
 
심한 잠꼬대는 몽유병 같은 사건수면

잠꼬대는 모든 연령층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보통 수면의 처음 1/3 중 깊은 수면단계에서 나타나지만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렘수면 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의미가 있는 일괄된 문장을 말하기도 하고 의미 없이 웅얼거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 동거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는 몽유병처럼 치료가 필요한 사건수면의 일환으로 보고 치료하게 된다. 심한 잠꼬대나 몽유병과 같이 수면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통틀어 ‘사건수면’이라고 하는데,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 중에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혼자 나와서 걸어 다니거나 심지어는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먹기도 한다.
 
억눌린 욕구나 감정을 풀어야

사건수면의 모든 행동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으로, 습관적으로 몸에 밴 행동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세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풀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수면을 취하게 되면 의식에서 무의식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이런 무의식의 단계에서 잠재되어 있던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대부분 수면 중에서도 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꿈을 통해 낮 동안 있었던 일이나 감정에 대해 표출 하고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잠꼬대의 유형도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낮 동안의 스트레스에 의한 잠꼬대의 경우라면 우선 일기쓰기나 운동 등을 통해 억눌린 욕구나 스트레스를 표현하도록 권한다. 이처럼 스트레스나 억눌린 감정을 잠 자기 전 그 날 그 날 풀어주면 증상이 하루 아침에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그 증상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면장애 한방클리닉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의 심한 잠꼬대라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외에도 한약 처방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주로 심신을 안정시키면서 각성을 도와주는 약재들을 위주로 처방하게 되는데, 이런 처방들은 잠꼬대나 몽유병과 같은 사건 수면들이 수면 중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 그리고 각성과 수면의 경계가 모호해서 나타나는 증상들로 보고 이를 좀 더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심한 잠꼬대 외에도 어린 아이들의 야뇨증도 이런 처방으로 치료하게 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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