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중국 북경에 사는 A씨는 서울 강남의 B 성형외과를 찾았다. 물론 타국에서 수술 받는 것은 A씨에게도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한류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높았고,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이라는 말에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B 성형외과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준비는 잘되어 있지 않았다. 훈련된 전문 코디네이터가 아닌 아르바이트 통역사를 쓰고 있는 등 의사소통뿐 아니라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다. 그래도 A씨에게는 수술결과는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부작용에도 시달렸다. 결국 A씨에게 한류의 좋은 추억은 남지 않았다. 지금도 한국을 생각하면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사례 #2 서울 C 병원은 지난달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C 치과 원장 K씨는 외국인 환자 유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홈페이지뿐 아니라 블로그,카페 등을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 인증 기관이라는 점을 열심히 알릴 뿐 이였다. 신뢰도가 높아진 C치과를 찾는 국내 환자가 크게 늘었고, K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의료관광 활성을 위해 재정한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등록’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자격 의료기관 및 유치업자의 난립을 막아 한국의료서비스의 대외 이미지 실추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본래의 법 재정 취지는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2010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기관 1453개 중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은 508개에 불과했다. 이중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아직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하지 않은 곳이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올리지 못한 기관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외국인 환자 유치 인증 기관임을 내세워 외국인 환자를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유치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거나 심하게는 터무니 없이 높게 의료비를 책정해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예 외국인 환자 유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유치 기관 등록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국내 한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기관 등록 기준이 낮고 의료수준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다 보니 여러 부작용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좀 더 변별력을 갖춘 등록 기준을 만드는 등의 대안 마련을 통해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 등록을 악용해 국내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기관이 늘고 있다. *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등록기관 기준을 높이고, 3년동안 실적이 없는 기관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고 2년 동안 재 등록신청을 받지 않는 등의 대안을 마련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 반려에 막혀 아직까지 개선된 사항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법 개정 당시에도 의협,병협 등에서 등록 기준을 놓고 잡음이 많았다”며 등록 기준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관리를 강화하라고 하지만 행정적 역량이 모든 등록기관에 미치기에 역 부족이고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권고 수준밖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 밖에 외국인환자에 대한 유린행위에 대한 제재법안을 국회에 올린 상태이지만 다른 의료법 처리와 함께 묶여 계류 중이다.
규제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의료기관이 시장 원리에 따라 경쟁할 수 있도록 등록 기준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옳다”라며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이 나는 부분을 감안해 등록 취소 기준은 마련하는 것이 좋지만, 당초 제안된 3년은 기간이 짧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등록 기준을 높이거나 취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춘 기관에 별도의 인증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 인증 외에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증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결국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제’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한 병원 관계자는 “아직 한국의 의료관광 시장은 걸음마 수준으로 벌써부터 여러 부작용으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시기를 놓치고 지연시키면, 후에 더 큰 문제로 다가 올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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