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시에서 발원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정책이 급격하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26일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한다고 발표했으나, 하루만인 27일 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6천43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대통령이 지시했다. 같은 날▶대통령 주재 긴급대책 회의가열렸고, 이 외에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각각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으로 기능 전환했고,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세종청사에서 박능후 장관 주재로 1차 회의를 열어 국내 검역역량 강화, 해외로부터의 환자 유입차단, 의심환자 조기 발견과 접촉자 관리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27일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참석한 우한폐렴 대책 회의에서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하며 2차 감염을 통해 악화되는 것을 대비하려면 선제적 조취가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26일 대통령의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기를' 바란다는 메세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는 정부의 발표 외에도 여러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졌다.
특히 우한시에서 6천명 이상이 입국했다는 통계, 국내 3번째 4번째 확진자가 입국시 무증상 상태였다는 보도, 특히 4번째 확진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74명과 접촉했다는 발표가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공항에서의 검역 수준과 해외 환자 유입 차단 가능성을 국민 입장에서는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한시에서 국내에 6천 430명이 입국했는데 이를 모두 전수조사 하겠다는 지시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갈린다. 이미 입국하여 곳곳을 이동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어느정도로 가능할지, 그리고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이 입국시 무증상이었는데 이들의 현재 상태가 어떨지, 아울러 이들이 이동하며 접촉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우한시에 있는 교민들을 전세기를 이용해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이메일로 전세기 탑승 신청자를 받고 있다. 우한시에 체류 중인 국민은 600여 명으로 알려졌고, 이 중 400명 이상이 탑승신청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국민 가족이라도 중국 국적자는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고, 관련 증상을 의심증상자도 탑승할 수 없다. 이들은 현재 일정 상 29-30일 사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며, 입국 후 14일간 정해진 거처에서 임시생활을 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가 14일 정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확진자는 4명이다. 첫번째 확진자는 중국인 35세 여성으로 19일 공항에서 격리되어 20일 확진받었다. 두번째 확진자는 55세 한국인으로 22일 공항에서 증상이 발견되어 능동감시 중 24일 확진받았다. 세번째 확진자는 54세 한국인으로 20일 입국시에는 무증상이었으나 이후 증세가 나타나 26일 확진받았다. 5일간의 이동경로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발표되었다. 네번째 확진자는 20일 입국시에 무증상이었으나 27일 확진받았고, 아직 이동경로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28일 강원도 원주에서 15개월 영아가 의심증세를 보이고 있어 강원대병원에서 격리검사 중이다. 이 영아는 18~26일에 중국 광저우를 부모와 함께 다녀왔다.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온 20일 이후 일주일만에 대통령 주재 긴급대책 회의가 열린 점, 그리고 "당초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떡국으로 오찬을 함께하려 했으나 사태가 심상치 않자 관련 회의로 바꾼 것"(동아일보 27일 보도) 등의 사실은 국가가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뒤늦게 인지한 것은 아닌지 염려하게 한다.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올라간 만큼 비상사태인 지금, 정부는 대통령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발 빠르게 대처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는 말을 단순 브리핑하는 것을 넘어,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고 자세하게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국민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우한시에서 입국한 6,430명을 "전수조사 하라"고 했다는 말 전달 식 브리핑이 아닌, "당국이 '이렇게 저렇게' 전수조사 하고 있고, 현재까지의 결과는 '이러하다'"와 같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중간과정 발표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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