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38세 여자가 6개월 전부터 손과 발이 차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내원하였다.주요 토의 항목- 레이노 현상을 생각하기 전 필수 감별진단- 레이노 현상의 진단- 일차성/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구분- 일차성/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구분에 따른 치료 접근
서 론
레이노 현상을 생각하기 전 필수 감별진단
진료실에서 환자가 손발의 말초 부위가 유난히 차갑다고 느끼거나 저린감 그리고 일부 색조 변화를 호소할 때가 있다. 특히 출산 후, 40대 이후 중년 아시아계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몸의 특정 부위, 하복부, 손발 끝의 찬 기운을 모호하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모두에게 레이노 현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손발의 냉감, 저린감 그리고 색조 변화의 원인 중 레이노 현상은 단지 일부에 해당하므로 다른 원인을 배제한 후, 레이노 현상에 대한 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레이노 현상과 유사한 손발의 찬 감각, 저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압박성 신경병증, 내분비 질환, 혈관 질환, 복합 신경병증 그리고 약물에 의한 경우가 있다(Table 1) [1-3]. 그러므로 압박성 신경병증에 해당하는 특징적 저림 양상, 경추 디스크 질환, 갑상선기능 이상 여부, 당뇨병성 신경증, 섬유근통 그리고 최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제에 대한 문진이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새로 레이노 현상이 진단되는 경우는 전체 인구의 0.1-1%에 불과하므로[4], 노년 이후 갑자기 생긴 찬 감각과 저림은 다른 질환에 의한 이차 증상인지 세심한 병력과 약물력 청취가 감별진단에 필요하다. 또한 항암화학요법 약제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일부 다이어트 약제(sympathomimetic drugs), 흡연 그리고 장기간의 프로톤펌프 억제제 복용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약물로 인한 냉감, 저린감 그리고 색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5,6].
레이노 현상의 진단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주관적 증상인 수족냉증과 레이노 현상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만성 진동 노출인 특수 직업력에 의한 이차적 손발의 색조 변화인 진동증후군, 백색지증후군을 제외하고, 증상 호소만으로 흔하게 불리는 수족냉증이라는 분류는 국내 질병분류 코드상에는 따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논문에서 수족냉증을 cold hypersensitivity in the hands and feet (CHHF)라고도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 분류에서 정의하는 레이노 현상의 진단 기준과는 다르게 단지 주관적인 환자의 호소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7].
레이노 현상의 정의는 추위 또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따라 악화되는 가역적인 혈관수축반응(vasospasm)이다[1-3]. 그러므로 주관적인 호소 이외에 손가락(혹은 발가락) 동맥과 피부 세동맥의 비정상적인 수축으로 손가락이 창백하게 변하고(pallor, white), 청색증(cyanosis, blue)이 되었다가 혈액이 재관류되면서 발적(erythema, red)이 되는 3단계 색조 변화가 전형적이므로 레이노 현상의 기본 선별 질문은 추위에 민감하다는 것과 더불어 실제 색이 변하는지와 색조 변화가 창백하거나 청색증이 포함된 2색 이상의 색조 변화를 검사자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Fig. 1). 단지 환자가 추위에 민감하다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레이노 현상에 대한 검사를 반드시 시행할 필요는 없다. 2색조 이상(창백, 청색증)의 변화가 보이고 아래 7가지 질문 중 3개 이상이 해당되면 레이노 현상으로 진단한다: 1) 감정적 스트레스로 증상이 유발되나?, 2) 분포가 다르더라도 혹은 동시에 생기지 않더라도 양손에 이상을 보이나?, 3) 저린감 혹은 마비감이 동반되나?, 4) 색조 변화의 경계가 뚜렷한가?, 5) 레이노 현상을 촬영한 사진이 있나?, 6) 색조 변화가 신체 다른 부위(코, 귀, 발가락, 유두 부위 등)에도 생기나?, 7) 3단계 변화(창백, 청색, 발적)가 모두 보이나[2]?
일차성/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구분
일단 레이노 현상이 진단되면 일차성인지 다른 원인에 의한 이차성 레이노 현상인지 구분하는 것은 치료 범위를 결정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항핵항체 검사와 손톱주름 모세혈관경(nailfold capillary microscopy, NFC) 검사이며 이는 이차적인 자가면역 질환을 감별하는 의미가 가장 크다. 일차성 레이노 현상은 유발가능한 원인에 의한 이차성 레이노 현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으로, 진단하는 데 동반된 병력, 특히 자가면역 질환의 과거력이 없으며 대개 신체 검사에서 수지 궤양, 가락수지 경화, 괴사 등의 병변 동반은 매우 드물다. 또한 혈액 검사에서 적혈구침강속도나 항핵항체가 모두 정상 범위이다. 여기에 "정상적인/정상에 가까운" NFC여야 함이 포함된다(Table 2).
NFC는 모세혈관병증의 변화를 알아내는 데 가장 안전하고 빠른 검사이며 21세기에 들어서 정량화가 용이한 디지털화 손톱주름 모세혈관 현미경과 비디오 모세혈관경(videocapillaroscope)이 임상에 도입되면서 NFC는 일차성과 이차성 레이노 현상을 감별진단하는 데 대체 불가능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뿐 아니라, 전신경화증에서 특징적 변화는 새로운 분류 기준에 포함될 만큼 진단적 가치를 인정받았다[2]. 그러므로 수지 궤양 등 조직 손상이 동반될 수 있는 이차성 레이노 현상에서의 NFC 병적인 소견과 구분되는 정상 범주의 모세혈관 소견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8].
NFC를 시행하기 전에 모세혈관의 수축으로 인한 위양성 결과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적어도 15-20분 정도 20-25℃가 유지되는 방에서 휴식 후, 손의 높이를 심장 위치에 맞추어 검사한다. 피부 모세혈관의 형태 검사를 손톱 아래에서 시행하는 이유는 손톱주름 모세혈관이 검사하기 쉽고 이차성 레이노 현상에 관여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변화가 특히 잘 보이기 때문이다. 엄지를 제외한 8개 손가락을 모두 검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모세혈관이 가장 잘 보이는 3번째나 4번째 손가락에서의 관찰만으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실제 임상에서는 이 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9]. 탐촉자를 손톱주름 부위에 너무 세게 누르면 모세혈관이 사라지므로 가능한 살짝만 닿게 하고 화면을 보면서 손으로 기기의 초점을 맞춰가며 가장 뚜렷한 영상을 얻는다. 정상인에서 한두 개의 비전형적인 NFC 소견은 자주 관찰된다. 그러므로 일정 범위 안에서 다양할 수 있는 "정상 범주"를 정의하는 것은 병적인 상태를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상 모세혈관은 구불거림이 적은 개방형 U자 고리이며 평행한 열을 유지하는 헤어핀 모양, 빗모양 양상이다. 그러나 정상인에서도 많은 경우에서 구불구불함(tortuosity), 1-2회까지의 교차(crossing), 동일하게 확장된(dilatation, ectasia) 고리 등이 관찰되며 이를 비특이적인 정상 범주 모양으로 정의한다(Fig. 2) [10]. 정상 소견을 판단하는 것은 논란이 많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범주까지 포함 가능한 "정상적인/정상에 가까운" 모세혈관 고리 모양이 일차성 레이노 현상에서 관찰된다.
전신경화증을 포함한 이차성 레이노 현상을 의심할 만한 가장 특징적인 병적 NFC 소견은 정상 크기의 10배 가까이 큰 거대 혈관과 모세혈관의 개수(밀도)가 감소하는 무혈관 지역이다[11,12]. 여러 연구에서 전신경화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시사하는 병적인 상태를 평가할 때 가장 유용한 측정인자는 모세혈관 밀도(무혈관 지역) 그리고 거대 혈관 유무였다. 모세혈관의 정상 범주의 개수 및 빈도를 아는 것은 병적인 무혈관 지역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데, 가장 상층 열 모세관 길이의 절반 위쪽의 모세혈관 고리를 개수로 세어 1 mm 당(×200 배율 기준으로 한 화면에 보이는 개수) 9-11개/mm의 빈도를 정상으로 평가한다(Fig. 3) [13]. 보통 1 mm 당 9개를 기준으로 하여 6개 미만으로 감소된 경우 개수/밀도가 감소되었다고 하는데, 노인이나 소아에서는 정상적으로 모세혈관의 개수/밀도가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14].
일차성/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구분에 따른 치료 접근
일차성 레이노 현상은 대략 전체 인구의 8-11% 정도에서 발생하며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보온 등만 적절히 해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일반적으로 레이노 현상은 추위나 감정적인 스트레스에 악화되므로 이를 피하고 완화하는 것이 증상 발현을 억제하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명확한 설명과 생활습관 교육은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증상 중증도를 줄인다. 약물 치료는 비약물적 관리로 효과가 없을 때 시작한다(Fig. 4) [1].
현재 널리 사용되는 1차 치료로는 디하이드로피리딘형
칼슘통로차단제(dihydropyridine calcium-channel blocker, CCB)를 부작용이 안 나타나는 최대 유효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CCB가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phosphodiesterase-5 차단제(PDE-5i), 국소 질산염(topical nitrate),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혹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II-receptor blocker)를 단독 또는 병합 요법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1]. 361명의 일차성 레이노 현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CCB를 사용하면 레이노 현상의 빈도가 평균 2.8-5회/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15]. 흡연, ADHD 치료약물(sympathomimetic agent), 편두통 치료 약물(serotonin agonist) 등은 잠재적으로 레이노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하고, 비선택적 베타차단제는 레이노 현상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왔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경우는 대개 생활요법만으로는 호전이 어렵고 활성 수지 궤양이나 괴사가 진행되기도 하므로 부작용이나 금기가 없는 한 CCB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반응이 없거나 악화가 되면 PDE-5i나 프로스타노이드, 엔도텔린-1 길항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엔도텔린-1 길항제만 전신경화증의 활성 수지 궤양에서 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이외의 경우는 레이노 현상이나 수지 궤양에서 보험 적용이 미비하다. 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경우는 원인 질환의 치료를 같이 병행하여야 한다.
결 론
레이노 현상은 환자가 추위에 예민하다는 호소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중년 이상일수록 손발의 냉감, 저린감 그리고 색조 변화의 원인 중 레이노 현상은 단지 일부이므로 다른 가능한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신체 진찰과 약물력을 파악하여 말초신경 압박성 신경병증(손목터널증후군 등), 경추 디스크 질환, 당뇨병성 신경증, 갑상선 이상, 동맥경화성 병변 그리고 냉감/저린감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 복용 여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말초부위 색조 변화나 가역적 모세혈관 수축에 의한 레이노 현상이 진단되면 일차성과 이차성 레이노 현상을 감별하여 단순 생활습관 요법 교육을 위주로 한 치료를 할 것인지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 질환과의 치료를 병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NFC 검사는 항핵항체와 더불어 일차성과 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감별에 매우 유용하며, 미세혈관 순환을 평가하는 임상에서 쉽게 적용 가능한 검사로 이를 적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정상에 가까운" 모세혈관 모양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며 균일한 헤어핀 모양뿐 아니라 구불구불하거나 1-2회 교차하는 모양도 정상 범주 소견이라는 것을 알아야겠다. 병적인 NFC 소견인 거대 혈관, 모세혈관의 개수 감소인 무혈관 지역은 전신경화증을 포함한 자가면역 질환으로의 진행을 예측하므로 이런 소견이 보이면 레이노 현상에 대한 대증적 치료뿐 아니라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기 위한 특이자가항체나 세부적인 임상 진찰을 계획하여야 한다.
모호한 냉감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기존 질환을 잘 파악하여 모세혈관의 수축을 방지하는 대증요법을 하는 것으로 조절이 가능하나, 일부 심각한 질환, 특히 전신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조기 증상으로 이차성 레이노 현상이 보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선별적으로 항핵항체나 NFC 검사를 이용한 감별진단을 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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