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이하 의협 이하 최대집)가 13일 의료기관 내 폭력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래는 의협 최대집 회장의 기자회견문.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입니다.
의료기관 내에서 주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폭력사건은 이미 오랫동안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피해자가 받는 일차적인 충격과 손상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피해자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이기에 폭력으로 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단순한 개인의 피해를 넘어 매우 심각한 공익의 저해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누구보다 환자를 위한 의사의 본분에 충실했던 고인이, 본인이 수많은 환자와 만났던 진료실에서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연말 축제 분위기였던 대한민국 전체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의료인 폭행 문제의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의료계가 오랫동안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던 이 문제가, 결국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의료인들이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이제는 정말 바뀌려나보다'하고 정부의 개선책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의료계가 제시한 여러가지 대책들이 사실상 현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우리 의사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채 고 임세원 교수를 보냈던 2018년 마지막 날처럼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진료실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결국 다시 한번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의사에게 불만을 품은 환자가 흉기를 들고 의사의 가슴을 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 의사가 손가락이 사실상 절단되는 아절단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곁에 있던 석고치료사가 범인과 잘 대치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해당 의사회원은 신속한 조치와 수술을 시행받고 회복중이지만 수술을 주로 하는 젊은 의사가 진료실에서 이와 같이 치명적인 사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의료기관 내의 폭력 문제에 대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월 6일부터 5일간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오늘 전체 2034명의 회원이 응답해주신 설문조사의 결과를 요약해서 발표하고 이에 근거하여 대한의사협회 차원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있었던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선생님의 사건에서도 환자가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무리하게 진단서를 요구하고 의사가 이를 거듭 거부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반의사불벌죄 삭제와 진료거부권 확보의 필요성 역시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 의사들은 일반적인 진료실에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의사들이 실제 환자의 상태와는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의료기관 내 폭력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대한의사협회는 진단서 등 서류 발급에 있어 허위내용 기재를 요구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규의 신설을 추진함으로써 회원들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또, 기존에 협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정당한 진료거부권의 보장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이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 역시 높은 만큼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입니다.
올해 초, 의료인 폭행 문제를 놓고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었을 당시,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과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재정이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고 안전수가 도입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부는 응답이 없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현재 진료실에서 폭언이나 폭력이 발생 할 때 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6.9%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진료실이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의료기관에 떡 하나 더 주고 말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사고가 터지면 몸을 숨길 곳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의료기관 안전수가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많은 회원들이 사고를 당한 회원과 회원은 아니지만 함께 부상을 입은 석고치료사에 대해서 자발적인 모금의 의사를 밝힌 만큼, 조만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성금을 모금하여 전달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번에 사고를 당한 회원님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사고의 원인이 마치 의료과실 때문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2차적인 명예훼손을 입게 된 부분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사건의 원인이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무리하게 허위 진단서 발급을 강요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은 피의자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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