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이 예고된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진료현장에서 분명한 폭행의 의도를 가진 사람의 접근에 대해서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향하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의료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여 왔으나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일부에서는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공격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신질환자의 의료 이용의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어렵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오히려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 또한 이 때문에 수사당국의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정밀한 정신건강의학적 감정을 함께 요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의 최전선에 있던 전문가가 환자의 잔혹한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물론, 희망찬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사건의 전말과 범행의 계기, 환자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여부 등이 모두 정확하게 밝혀지고 일벌백계로 삼을 수 있는 엄정한 처벌은 물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인 대상 폭력사건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제인식 제고가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쯤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가 담당 환자 박모(30)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씨는 간호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임 교수는 곧장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가량의 치료 끝에 세상을 떠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의사살해 30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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