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가 보건복지부 심사체계개편 추진에 대해 "강압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심사체계개편방안에 대해 의료의 하향평준화 유도, 심사지표의 지나친 단순화, 의료의 전문성 간과, 기존 건별심사제와 공존 우려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정부는 의사협회의 합리적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의협 성명서 전문.

<성명서> 보건복지부는 강압적인 심사체계개편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최근 정부는 심사평가체계개편협의체(이하 '협의체'라 함)를 구성, 기존의 건별 심사방식에서 진료패턴을 분석하여 변이가 발견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심사를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심사체계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애당초 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심사체계개편방안에 대해 의료의 하향평준화 유도, 심사지표의 지나친 단순화, 의료의 전문성 간과, 기존 건별심사제와 공존 우려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였다.

아울러 정부의 심사체계개편방안 논의에 대해 의료계 차원의 전면적인 보이콧을 검토하던 중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하여, 협의체 하위 분과에 참여,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정부의 방향성 변화를 촉구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사협회의 합리적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향후 개편될 심사체계에 있어서 3개의 단계별 위원회 즉, 심층심사기구(Peer Review Committee : PRC), 전문분야심의기구(Super/Special Reivew Committee : SRC), 사회적 논의기구(Top Review Committee : TRC)를 단계적으로 운영, 이 중 PRC와 SRC는 정부와 의료계 인사만으로, 최고 기구인 TRC에는 그 외에 가입자나 시민단체 등도 참여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TRC에서 논의해야 하는 진료비 심사와 관련된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진료의 자율성 또한 담보되어야 하는 분야이다. 때문에 의학적,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TRC에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비전문가인 가입자 및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는 세계 어느 국가의 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아울러 이미 건강보험정책 분야 최고심의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가입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진료비 심사와 관련된 TRC에까지 가입자나 시민단체가 다시 포함된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TRC가 자칫 정치적으로 지나친 간섭을 받아, 의료를 왜곡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의사협회는 과거 분과 위원회를 비롯하여 심지어 금일 협의체 회의에서 조차 TRC 관련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TRC를 폐지하고, 그 권한을 의료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SRC로 이관하며, 굳이 TRC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가입자 및 소비자 단체를 제외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 TRC 폐지 말고도,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심사체계개편안이 실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선결조건이 해결되어야 한다. 즉,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상으로는 심평원이 심사한 후라 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이 그 심사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으므로, 심평원 심사결과에 대한 건강보험공단 이의제기 기전 자체가 차단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며, 현재의 불합리한 심사기준이 폐기되고, 합리적 심사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심평원 본원과 지원간의 심사기준도 일치되어야 하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정부의 심사체계개편방안은 단순히 의료인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TRC 폐지 말고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음에도, 정부는 단순히 TRC 폐지라는 작은 부분에서 조차 의료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바, 우리협회로서는 위와 같이 TRC 폐지조차 하지 못하는 정부가 위에서 언급한 선결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정부의 이번 심사체계개편 추진은 의료의 자율성 존중이 아닌 또 다른 의료규제 신설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 이 시점에서 의사협회는 의료계가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심사체계개편안 논의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또한 정부가 정말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단체인 의사협회의 의견을 들을 의향이 있는지 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의료계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심사체계개편과 관련된 모든 내용의 백지화를 선언하는 바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정부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현재까지 추진되던 심사체계개편을 백지화하고, 의료계와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

하나, 정부만의 단독추진이 아닌 의료계와 합의를 통한 합리적인 심사체계개편만이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의료 인프라 왜곡을 막을 수 있음을 기억하고, 지금 당장 심사체계개편 강압적인 추진을 중단하라.

하나, 이번 심사체계개편 논의에서 정부가 보인 행태는 과거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무리한 심사체계개편은 지난 의약분업과 같이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그 영향은 의료계와 국민에게 돌아 올 수밖에 없음을 정부는 직시하라.

만약 정부가 이번에도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의사협회로서는 정부에게 더 이상 합리적인 심사체계개편의지가 없다는 판단 하에 당장 모든 심사체계개편 논의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의료정책 및 건강보험정책에 있어서 정부에의 협조에 대한 보이콧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건강권 및 의료계의 진료권 보호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이는 파업, 폐업, 태업 등 모든 수단이 포함되어 있음을 분명히 한다. 아울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2018. 12. 19.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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