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일은 뜸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열 달이라는 시간동안 뱃속의 아기에게 늘 부족했지만 정성을 들였고 충분히 뜸이 든 아기는 다 익은 열매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듯이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출산 며칠 전부터 친정엄마와 아기용품을 사러 돌아다니는 동안 약간씩 배가 당기듯 아파왔는데 그 때마다 길에서 아기를 낳을까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진통은 너무 확실해 그런 일은 확실히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내 몸에 이슬이 비쳤다. 한의대를 다닐 때도'이슬이 비친다'는 문학적인 표현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몰랐는데(이런 말은 교수님도 가르쳐주시지 않는다) 곧 태어날 아이와의 만남을 생각하면 정말로 아름다운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이슬'은 생리를 시작할 경우에 발생하는 약간의 출혈을 말한다.
그런데 '이슬'은 한의사 엄마에게는 또 다른 신호. 바로 순산을 유도하는 불수산(佛手散)을 달이라는 것.
진통간격이 10분쯤 됐을 때부터 약 복용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진통 간격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기도 하고 더 미약해지는 등 불규칙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밤 12시가 다 되도록 '불수산'을 마시고 열심히 계단을 오르내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을 반복했다. 마침내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진통시간이 짧아지고 강도가 갑자기 세졌다.
검사를 해 보니 자궁입구가 5cm 정도 열려 있었다. 관장까지 하고 나니까 진통 속도와 강도가 급속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불수산 끓여놓은 것이 남아 있어서 중간에 계속 마셔댔다. 그런 나를 간호사들은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비교적 다른 산모에 비해 수월하게 고통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자궁 문이 열리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었다.
첫아이를 출산할 때는 출산 1주일 전부터 쉬었고, 둘째를 출산할 때는 3주 전부터 쉬었다. 공교롭게도 두 아이의 출산예정일은 같은 날짜였는데 큰 아이는 일주일 정도 늦게 나왔고 둘째는 일주일 정도 일찍 나왔다. 큰 아이 때는 출산 일주일 전부터 치골부위의 통증으로 인해서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났다하는 동작을 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에도 큰아이 때와 마찬가지의 통증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좀 덜했다. 대부분의 직장여성들 이 출산 휴가를 출산 이후에 쓰기 위해서 분만 직전까지 일을 하다가 진통이 오면 분만을 하러가는데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출산 전에 짧게라도 휴식시간을 갖고 기력을 회복해서 체력을 비축하고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정신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 같다.
자료제공: 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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