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나 심한 괴로움 등으로 말미암아 얼굴에 끼는 거무스름한 점', 이건 국어사전에 나온 '기미'에 대한 정의이다.
임신을 하면 일반적으로 호르몬의 변화로 피부가 윤택해지고 뽀얗게 된다. 그런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면 갑자기 눈 밑의 광대뼈 부분에 넓게 거무스름한 점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임산부 기미'이다. 임신 중에 많이 생기는데 출산 후에도 그냥 회복이 되지는 않는다.
필자도 임신 중 어느날 갑자기 기미를 발견했다. 피부가 좋은 쪽에 속하는 편이라서 평소에 피부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는데 갑자기 생긴 기미 앞에서 좀 당황스러웠다. 나보다 2년쯤 앞서 출산을 한 동갑내기 시누이가 출산 후에도 없어지지 않은 기미로 고민하는 것을 본 후라서 약간 긴장이 돼 얼른 한약처방을 했다. 이때의 한약처방은 임신부 보약이면 된다.
임신을 했을 때에 생기는 기미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궁을 통해서 많은 영양분이 태아에게 이동하게 되는데 임신부의 정혈이 허해지면서 기미가 생기게 된다. 임신의 상태가 병은 아니지만 병이 들어서 정혈이 부족해지는 것처럼 태아에게 영양분이 옮겨가면서 임신부의 몸은 병자의 몸처럼 좀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산 후에 기혈이 충분히 회복된 임산부는 기미가 없어지고 깨끗한 피부를 되찾게 되고 회복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미가 계속 유지된다. 출산 후 회복이 생각처럼 쉽고 안락하게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임신 중에 기미가 덜 생기도록 몸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신을 하면 한의사들은 한약을 열심히 챙겨먹고 일반인들은 임신 중 한약을 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한의사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계속 듣고 있는 현실이 좀 답답하기는 하다. 임신 중 복용하는 한약은 선조들 때부터 오랜 세월 임상의 경험을 거친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처방이다. 임신 중에 피로가 심하고 기운이 약해지면 조산의 기미가 생긴다. 이런 증상에 한약을 복용해 본 환자들은 효능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한약을 열심히 챙겨서 먹는다.
기미로 임신보약 이야기를 한 것은 임신 중에는 몸이 허약해지고 피로해지기 쉬운데 임신부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증상이 현상적으로 잘 나타나는 것이 기미이기 때문이다. 임신부는 새 생명을 길러내고 있는 몸이다. 병이나 심한 괴로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즐거워도 몸은 고단한 존재이다. 임신보약 좀 팍팍 먹고 건강한 임신기를 보내고, 기미 없는 맑은 얼굴도 간직하고 지내길 바란다.
자료제공: 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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