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임신을 확인한 다음날, 부인과 의사인 시누이가 태교에 좋은 음악 CD를 선물해줬다.
음악에 특별한 조예가 없었지만, 아이에게 조화롭고 안정된 감성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들었다. 태교일기도 썼다. 몸에 일어나는 변화, 고마운 마음, (필자가)바라는 아이의 인생 등을 쓰면서 계속적으로 태아와 교감을 나눴다.
그런데 너무 바른 생활을 하다보니까 힘이 들었다. 영화도 만화 외에는 볼만한 것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조용한 클래식 음악만을 듣는 것도 힘이 들었다. 일기도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 마음만 더 다급해질 뿐이었다.
임신기간 최고의 조력자인 남편은 당시 병원에서 수련의를 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혼자서만 태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 가끔씩 치밀어 오는 화를 막기가 역부족이었다.
조선후기 사람인'사주당 이씨'가 쓴 세계 최초의 태교관련 서적인'태교신기'에서도'예가 아닌 것은 보고 듣고 말하거나 동(動)하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거늘. 즉, 태교의 주체를 임산부만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구성원 전체의 몫으로 보고 喜, 怒, 哀, 樂, 愛, 惡, 慾의 칠정이 지나치지 않도록 가족 구성원들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이를 위해 방법을 바꿔야 했다. 태교가 마음가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산부의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을 목표로 생활을 좀 바꾸기로 했다. 그러니까 마음은 편해졌지만 역시 생활이 흐지부지되면서 태교에 특별한 노력이 없이 지내게 됐다.
요즘에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고 말썽을 피우면 임신했을 때 태교를 소홀히 해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가끔 남편에게 책임을 돌리는 눈빛을 보내면 "임신한 아내를 옆에서 도와주지 못했던 (수련의)신세가 한탄스러워 나도 절규했다(믿거나 말거나)"고 변명을 해댄다.
한편 감기증상처럼 비슷하게 열이 많은 임신초기에는 태를 안전하게 해주고 해열시키는 작용이 좋은 '안태음(황금, 백출 등)'을 복용하면 좋다. 특히 유산 증후로 보이는 임산부 출혈시에는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도'안태음'을 복용한 것이 보탬이 됐다.
자료제공: 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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