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에는 몸이 으슬으슬 춥고 전신 피로가 엄습한다. 필자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생긴'착상출혈'이 생리인 줄 알았다. 결혼식을 하느라 긴장하고 피곤해서 생리주기와 양이 일시적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임신 증상이 꼭 감기몸살과 비슷해 모르고 감기약을 먹고 유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불임으로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임신 초기에 양방 감기약을 잘못 먹거나 풍진예방주사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환자들을 만나면 참 안타깝다.
조금만 더 임신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면 유산과 불임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뻔 했다. 임신 초기에는 아기의 생김새 변화나 뱃속에서 어떤 움직임이 크게 없으니까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초음파검사를 해도 자궁 속에 작은 아기집이 있고, 그 속에 콩알처럼 생긴 물체가 자리 잡고 있을 뿐 어떤 생명체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확성기를 갖다대자 마자'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순간'내가 엄마가 됐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새로운 생명체가 자궁속에 들어와서 생명의 싹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를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된것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
임신 3개월이 되면 몸은 가벼워도 임신 중반기에 비해 피로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런데 겉모습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기가 민망할 정도다. 배가 불러오면서는 당당(?)하게 앉아서 다녔는데 임신부인줄 모르면 어쩌지 하는 맘에 눈치를 본 적이 있었다.
배부른 몸을 하고 다녀도 사람들은 기대만큼 배려해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출산경험이 있던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생각해 주는 정도다. 임산부의 몸은 정말 무겁고 피곤하다. 내 몸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임신부가 올라타면 얼른 자리를 양보해 주길바란다.
자료제공: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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