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대 백종우 교수(정신건강의학)가 병원 내 환자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는 것보다 의사들의 인간적 노력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는 칼럼을 대한의학회(2019.No.99)에 「자살예방과 의사의 역할:자살 예방, 수가 신설 등 전 의료인이 동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는 제목으로 실었다.
백 교수는 최근 자살을 획기적으로 34%나 줄인 일본의 ' 자살예방수가' 의료보험 정책을 소개했다. 이 정책은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를 발견한 의사가 적극적인 질문과 설득을 통해 응급실이나 정신건강의학과로 환자를 의뢰할 경우 5천엔 수준의 수가를 지원하는 것인데, 이 정책으로 일본의 자살이 지난 10년간 34%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비해 자살예방정책의 근거를 분석한 John Mann의 체계적 고찰에서 항우울제의 처방건수증가로 인한 자살의 감소는 단 3%수준이었다고 백 교수는 밝혔다.
한국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해도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인데, 백 교수는 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우울증가이드라인은 우울증의 선별은 진단, 치료, 추적관찰이 가능한 병의원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의 우울증치료가이드라인은 항우울제는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숙련된(Competent) 의사가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2차로 전문의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우리도 정부가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장벽이 되는 F코드 보험가입의 제한이나 의료급여입원 정액제 등의 차별을 우선 철폐하고 편견을 낮추며,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의 저변을 관심있는 일차진료의에게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문적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의료인간의 협력은 보다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내비쳤다.
백 교수의 이같은 제안은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높다. 무엇보다 10-39세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고, 40-50대는 인구구성상 자살사망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이며, 60세 이상은 자살율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자살문제는 전 국민의 연령대에 걸친 국가적 문제이다.
백 교수는 "자살예방은 단지 자살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픔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지를 연결해나가는 고리를 만듦으로서 우리사회를 좀더 살만한 사회로 만드는 여정"이라며 "그러한 협력의 핵심에 의료인들의 관심과 참여는 생명을 위한 연결고리의 확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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