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과일과 흰 우유를 통한 당 섭취는 비만과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허양임 교수팀은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박혜숙 교수팀과 함께 경기도 내 초등학교 4학년 605명을 대상으로 당 섭취가 비만과 대사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4년 간(2008~2012년) 추적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학'(Nutrient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당류 섭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식사 일기를 쓰도록 했다. 또 2008년과 2014년에 각각 동일한 방법으로 신체계측, 체지방 측정, 혈액검사 등을 시행했다. 섭취하는 당류는 우유, 과일, 당류 음료 등으로 세분화해 분석했다.
이 결과 과일을 통한 '총당류' 섭취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오히려 비만지표가 좋아졌으며, 이런 관련성은 해당 연도뿐 아니라 4년 후 추적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반면 캔디류, 초콜릿, 껌, 잼, 가공음료 등을 통해 총당류 섭취가 많았던 아이들은 추적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중성지방, 혈당, 혈압 등의 대사질환 위험성이 최대 2.8배까지 높아졌다. 총당류는 식품 속 천연당과 가공, 조리과정에서 첨가되는 첨가당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강재헌 교수는 "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은 물론 각종 대사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생과일은 당 함량은 높지만, 섬유질 및 비타민 등 미세 영양소 함량이 높아 가공식품 속 첨가당과 달리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양임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과일을 통한 당류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줄이면 체중 증가나 대사질환 발생 위험을 예방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당 저감화 모델이나 정책을 마련할 때 총당류 섭취량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일부 문제가 되는 당을 많이 함유한 타깃 식품을 골라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송윤주 교수팀도 비슷한 결과의 연구 논문을 같은 저널에 게재했다.
송 교수팀은 2002~2011년 사이 국내에서 이뤄진 5차례의 청소년 식이조사에 참여한 2천59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당 섭취와 비만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총 당류 섭취량은 서구 수준보다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연구에서도 과일로 섭취하는 당은 청소년기 비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효과가 흰우유를 통한 당 섭취시에도 같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관성은 여학생에서 두드러졌는데, 이 연구에서는 과일이나 우유를 많이 먹는 여학생의 경우 과체중과 비만 위험이 절반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윤주 교수는 "당류는 그 총량도 중요하지만 어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많은 사람이 단 과일을 먹으면 비만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음료수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당만 비만과 관련 있다는 게 최근의 국제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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