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의료 시스템이 국민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가 국책연구소에서 나왔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뇌졸중 같은 질병에 대한 의료의 질은 향상됐지만, 당뇨나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는 6일 국립암센터(암 등록 통계), 통계청(사망원인 통계), 질병관리본부(국민건강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 평가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 표본데이터) 등 다양한 기관의 관련 자료를 망라해 한국의 의료 서비스의 질(質)을 평가한 '2015 한국 의료 질 보고서'(책임연구자 강희정 연구위원)를 발간했다.
▲ 의료 효과성, 환자 안전 ▲ 적시성 ▲ 환자 중심성 ▲ 의료연계 ▲ 효율성 ▲ 접근성 ▲ 시스템 인프라 ▲ 격차 등 8개 범주에서 153개의 지표를 통해 의료 서비스 수준을 따져봤다.
우선 '의료 효과성'(질환별 예방·치료 효과) 범주 중 암과 관련한 지표를 살펴보면, 위암·자궁경부암·대장암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내려졌지만, 유방암에 대해서는 효과성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암은 검진율의 증가(2005년 39.4%→2014년 76.7%), 10만명당 사망률 감소(22.5명→12.1명)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궁경부암과 대장암은 2008~2013년 기준 5년 생존율이 각각 77.8%와 7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와 1위를 차지했다.
유방암은 2005년과 2014년을 비교할 때 '진행 단계에서의 발생률'이 연평균 3.03%, 사망률이 1.23% 각각 증가했다. 이는 발생률이 줄어드는 추세인 외국과 대조적이다.
간암은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의 지역 간 격차가 다른 암보다 유독 크다는 특징이 있었다. 사망률은 최고지역(전남·21.3명)이 최저지역(세종·12.0명)보다 77.5%나 높았다.
보고서는 다른 질병 중에서는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는 관련 지표가 향상돼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뇨에 대해서는 의료 효과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봤다.
OECD의 '한눈에 보는 건강'(Health at a glance)을 보면 한국의 당뇨 입원율은 인구 10만명당 310.7명으로 OECD 평균 149.8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관리되지 않은 당뇨'로 인한 입원율은 2005~2013년 연평균 11.2%의 속도로 증가했다.
정신질환은 성인 자살률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19세 미만 자살률이 2005~2014년 연평균 3.3%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환자 안전'(환자 위해·위험 요소 최소화) 범주에서는 병원내 감염, 적시의 항생제 투여율 등 임상지표에서는 향상되고 있지만, 신종 감염병의 병원 내 감염 예방, 환자 안전 중심의 인프라 같은 부분을 고려한 포괄적인 지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적시성'(의료행위까지의 지역·대기시간 감소) 범주에서는 "심혈관 질환에서 빠른 증상 인식을 위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접근성'(재정적 장벽 없는 의료 제공)과 관련해서는 "경제적 접근도는 향상 추세지만 지역간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53개 지표의 2005~2013년 변화 추이를 따져 '향상률' 혹은 '저하율'을 산출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 요로감염 비율'은 23.0%의 연평균 향상율을 기록해 가장 빨리 질이 나아지는 지표였으며 '건강보험료 미납 경험 가구의 비율'은 17.6%로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발생률'은 25.7%, '마약문제로 인한 치료율'은 25.6%의 연평균 저하율을 기록해 가장 시급하게 질 향상 노력이 요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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