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멀쩡하던 아이가 꼭 늦은 밤에 아프다. 그것도 휴일에.
평일 낮이라면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가면 되는데 시간이 자정에 가깝거나 휴일이면 응급실 외에 답이 없다.
맞벌이 부부가 이런 일을 겪으면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명 이상 근무하는 달빛 병원은 평일에는 오후 11∼12시까지, 휴일에는 오후 6∼12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이다.
연간 최대 3일인 휴진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한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가 응급실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진료비는 응급실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9월부터 전국 9개 병원을 대상으로 달빛 어린이 병원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31일 현재 전국에서 15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육아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이런 병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한밤중 우리 아이 응급상황, 이젠 걱정 없어요.",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마음이 놓였어요."
시범운영 기간이었던 작년 9∼12월 4개월간 전국의 이 병원 이용자는 10만명을 넘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결과 94.0%가 "도움이 됐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달빛 병원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중에 참여 병원을 3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대로다. 내년에는 2개가 줄어든다.
정부와 지자체가 연간 1억8천만원을 지원하는데도 병원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병원 측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급의 어려움 외에 인건비와 낮은 수가에 따른 운영난 등을 이유로 꼽는다.
부산에는 3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중 한 곳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이 병원을 그만둬 내년부터 일반 응급실만 운영한다.
대한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지난 8월 정부가 달빛 병원 확대 방침을 밝히자 성명서까지 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는 동네 소아과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증의 질환에도 장거리를 이동해 진료를 받고 주간에 올 경증환자가 야간으로 이동하는 등 의료시스템이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차이 탓에 속이 타는 건 부모들이다.
부부가 교사인 장모(34·여)씨는 "저출산이 문제라며 아이를 낳는 것만 장려하지 말고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는 참여 병원 공모를 수시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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