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홍보용 성형수술을 하다 광대뼈가 조각나는 사고를 내고도 이를 나 몰라라 한 성형외과 의사와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2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A(23·여)씨는 작년 11월 24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의사 B(41)씨의 강남 한 병원에서 양 광대뼈와 턱을 깎는 수술을 받았다.
A씨는 평소 자신의 두드러진 광대뼈와 사각턱이 콤플렉스였는데, A씨 어머니가 한 달 전 코엑스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은 것이 수술받는 계기가 됐다.
모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이 "싼값에 시연용 라이브 수술을 받게 해주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A씨는 라이브 시연에 참여하는 대가로 시가의 10분의 1 수준인 70만원을 내고 수술대에 올랐다.
A씨는 수술 직전 다른 의사들도 수술을 본다는 말과 함께 5∼10분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부작용 안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
부산의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 이모(36)씨가 상경해 수술을 맡았다. 장소 제공은 B씨가, 수술은 이씨가 맡은 셈이었다.
의료기기 업체가 수술 기기인 초음파 장비를 제공했고 의사 10여명과 업체 임원 김모(38)씨 등이 라이브 수술을 지켜봤다.
진료기록부 작성도 없이 이날 수술은 시작됐다. 이씨는 전신마취 된 A씨의 광대와 턱 양 모서리 등 4곳을 절개했다. 그러고는 뼈를 갈아내려고 오른쪽 광대에 기계를 집어넣었지만 강도 조절에 실패해 정상치의 3배에 가까운 세기로 수술을 했다.
이씨는 다른 세 군데의 뼈를 마저 깎고 문제가 생겼던 오른쪽 광대뼈만 봉합하고서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두고 "부산행 KTX 시간이 다됐다"며 자리를 떠버렸다.
이씨가 가버리자 장소를 제공했던 B씨가 나머지 부위를 봉합했지만 A씨의 오른쪽 광대뼈 부위는 움푹 패 버렸다.
A씨가 부작용을 호소하자 처음에는 장소를 제공한 의사 B씨가 치료를 했다. 그러나 증상은 심해졌고 큰 병원을 전전하던 A씨의 광대뼈는 결국 두 조각이 나버렸다.
하지만 의사 두 명과 의료업체 관계자들은 서로 발뺌만 할 뿐 아무도 의료사고를 책임지지 않자 A씨는 올 4월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의사 B씨와 이씨, 의료기기 업체 이사 김씨와 영업사원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수사해왔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자신은 시연만 했다며 B씨와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B씨는 자신은 장소만 제공했을 뿐 수술은 이씨가 했다며 반발했다.
업체 측은 환자를 유인한 혐의(의료법 위반)를 인정했다.
경찰은 B씨를 제외한 나머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이 기기 홍보 등 상업 목적으로 라이브 수술을 하면서 싼 수술비용을 내세우며 환자들을 꼬드기고 있지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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