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상황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218일 동안 이어졌던 메르스 사태가 일단락 됐다.

방역당국은 메르스의 유행은 끝이 났지만 상황이 종료됐을 뿐 해외에서 다시 메르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종식'이라는 말 대신 '상황 종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번 환자로부터 이어진 유행 상황은 완전히 끝났지만, 새로운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 7개월 넘게 이어진 메르스…환자 186명중 38명 숨져
보건복지부는 마지막으로 메르스 감염 상태였던 80번 환자가 숨진 뒤 28일 후인 이날 자정을 기해 메르스의 상황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 환자가 '0명'이 된 뒤 해당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의 2배가 지난 시점을 감염 종료 상태라고 판단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는 14일이다.

방역당국의 '상황 종료' 선언은 1번 환자로부터 시작해 7개월 넘게 이어진 메르스 상황이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돼 힘든 싸움을 펼쳤고 이중 38명이 안타깝게 세상과 등졌다.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갔고 감염 우려가 있는 환자가 '제로'가 된 지도 오래된 만큼 이번 '상황 종료' 선언이 방역 체계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28일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한 바 있고 마지막 메르스 감염 상태에 있던 80번 환자가 숨진 뒤인 지난 1일에는 '주의'였던 위기 단계를 메르스 사태 이전과 같은 '관심'으로 낮춘 바 있다.

1번 환자와 관련한 메르스 상황이 종료됐지만,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서는 재활 치료를 받으며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도 많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 역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복지부 심리위기지원단의 조사에 따르면 메르스 완치자 112명 중 40.2%는 불안감을, 37.0%는 피로감·두통·소화불량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사망자 유가족(조사 대상 89명)의 60.2%는 슬픔을, 45.5%는 우울감, 38.6%는 분노 감정을 느끼거나 불면증을 겪었다.

◇ 방역당국이 메르스 '종식' 아닌 '종료' 택한 이유는
방역당국은 그동안 메르스에 대한 공식 종식 선언을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종식'이 아닌 '상황 종료'라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표현을 썼다.

이는 해외간 전파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성상 '종식'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월 한국 방역당국과 가진 메르스 상황 관련 자문회의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특히 마지막 환자였던 80번 환자에 대해서도 "유행(outbreak)의 일부로 볼 수 없다"며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미 전파 가능성이 없던 상황이지만, 새로운 유행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종식'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고 사실상 국민이 일상에 복귀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실익도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아예 80번 환자 사망 후 28일 뒤인 이날 아예 메르스 상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했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강한 어감의 종식이라는 단어보다는 경계를 촉구하는 '상황 종료'라는 표현을 쓰기로 한 것"이라며 "감염병 방역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새로운 감염자 유입에 '촉각'…방역망 개편 '총력'
다행히 1번 환자로부터 시작된 유행의 감염 경로를 벗어난 새로운 메르스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동과의 교류가 많은 상황에서 또다른 메르스 환자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메르스 사태 중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중동에서 귀국한 사람 중 메르스 유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계속 이어져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중동에서 비행기편으로 한국에 오는 사람들의 수는 1주일에 수만명에 이른다"며 "이에 따라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다행히 유전자 검사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메르스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메르스 유입을 감시하고 있다.

이달 초 위기 단계를 낮춘 뒤에도 여전히 중동발 입국 비행기의 승객들에게 문자메시지 등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입국자가 내리는 탑승 게이트에 검역대를 설치하는 등 강화된 검역 조치를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추진돼 온 정부 조직 개편과 방역망 강화 작업 역시 상당 부분 진행이 됐고 방역당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역시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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