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설립하고는 '사무장 병원'을 세워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타낸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은 불법으로 의료생협 인가를 받아 운영된 사무장 병원 53곳을 적발해 병원장 등 78명을 검거,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 3∼11월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 67곳을 실태 조사하고서 인가 신청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된 의료생협과 의료기관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인 지역 주민에게 저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무자격자가 병원을 세워 이익을 낼 목적에 불법으로 생협을 설립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지인들을 조합원으로 허위 가입시키는 수법으로 이름뿐인 의료생협을 설립하고서 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비 등을 가로챈 경우가 많았다.
이들 의료생협은 조합 창립총회 의사록과 조합원 명부 등 인가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출자금을 대신 내주는 등의 수법으로 설립 요건을 충족해 당국의 인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은 이들 병원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의료생협 관계자와 의료인 등을 적발한 사실을 관할 자치단체에 통보하는 한편, 부당 청구된 건강보험 급여 784억원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의료생협이 사무장 병원 개설 등의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현재 의료생협 인가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의 건강 주치의 역할을 하는 바람직한 의료생협이 많지만 일부 의료생협이 사무장 병원 등의 통로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관계 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높이고 건보재정 누수를 막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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