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지난 10월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의 원인으로 '실험실 내 사료'에서 증식한 병원체를 지목했다.

환자의 검체와 실험실에서 곰팡이와 유사한 세균인 '방선균'이 검출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병원체의 감염 양상이 기존 사례와 달라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와 민간역학조사자문단은 8일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의) 사료와 실험실 환경, 환자의 검체에서 방선균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이 관찰됐다"며 "질환의 임상적 소견과 병원체 검사 결과에 따라 방선균을 의심 병원체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선균은 토양, 식물체 등에서 발견되는 균이다. 끝에 포자가 있어서 형태학적으로는 곰팡이와 유사하며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과민성폐장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확인된 방선균의 인체 감염은 그간 국내에서는 보고가 없었다. 기존에 알려진 방선균에 의한 호흡기 질환은 알레르기 면역반응이지만 이번 사례는 감염에 의한 염증이어서 그동안 학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감염 양상과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의심 병원체인 방선균에 대해 '추정'일 뿐 '확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방선균을 지목하고 있다"면서도 "통상적인 누출과 달리 실험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다양한 유기분진 내 미생물에 의한 복합발생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방선균 하나만 작동했는지, 다른 진균도 같이 작동한 것인지 동물실험을 통해 명확한 병리적 규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험용 쥐를 통한 폐 조직 비교 등 동물 실험에는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또 병원체가 환기 시스템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했다.

가스 확산 실험 결과, 해당 건물 5층에서 가스가 발생하면 4∼7층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층에는 동물 사료 개발 관련 실험실이 주로 있다.

방역당국은 "사료를 많이 취급하는 실험환경에서 곰팡이, 세균 등 유기분진과 관련된 병원체의 증식이 이뤄졌고 가동이 중단됐던 환기 시스템을 통해 타 실험실 근무자에게 확산돼 집단 발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는 10월 19일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 55명이 발생했다.

환자는 모두 동물생명과학대 건물 실험실 근무자인데, 전체 실험실 근무자 254명의 21.7%에 달한다.

환자들은 발열(37℃ 기준)과 함께 흉부방사선상 폐렴 소견이 확인돼 격리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11월 초 모두 퇴원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원인 물질에 반복노출 될 경우 다시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환자에 대한 모니링터링은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재사용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안전성을 먼저 확보한 뒤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역학 조사 결과, 실험 과정 중 미생물, 유기분진, 화학물 등 다양한 오염원에 노출 가능했고 안전 점검에서도 다수의 위반사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내년 3월 새학기 시작 전까지 건물 내 오염원을 제거하고 내부 전체를 소독하는 등의 작업을 완료한 뒤 건물을 재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사료 분쇄 및 처리 전용 실험실을 지정, 관리하도록 하고 실험실에는 흄 후드 가동 상황 및 공조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등도 설치된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는 실험실 안전관리 담당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내년 2월까지 대학 실험실의 안전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건국대는 안전한 연구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공조·환기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실험공간과 생활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기로 하는 등 자체 대책을 내놨다.

또 법상 2시간 받도록 돼있는 생물안전교육을 4시간 이수해야 대학원생이 졸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는 실험실 안전 관련 교과목을 필수교양 강의로 개설키로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안전한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학생 안전을 최우선하는 학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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