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Aβ) 응집체를 분해하는 신약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게 먹여 기억력·인지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뇌의학연구단 김영수 박사와 뇌과학연구소 김동진 소장 연구팀은 9일 물에 타 먹으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Aβ응집체를 분해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EPPS)을 개발, 생쥐실험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2월 9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 질환인 치매에서 60∼80%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아직 뚜렷한 예방 또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진행을 늦추는 치료도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섭취하기 쉽고 부작용이 적으며 체내 안정성이 뛰어난 의약품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정상인 뇌에도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단량체가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서는 응집체로 분포하는 데 착안해 단백질 응집체와 다양한 합성화합물의 상호작용을 조사, EPPS라는 물질이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EPPS를 물에 녹여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3개월간 먹인(30㎎/㎏, 100㎎/㎏) 후 변화를 관찰한 결과 뇌 해마와 피질 부위에 있던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모두 단량체로 분해돼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생쥐 기억력 검사에 쓰이는 Y-미로와 공포기억 등 행동실험을 한 결과 EPPS를 먹은 알츠하이머병 생쥐들은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알츠하이머병 진행 중 나타나는 신경염증도 사라졌으며, 뇌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GABA 급성분비도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EPPS는 뇌의 혈관장벽을 투과하기 쉬워 입으로 먹어도 뇌에서 흡수가 잘 되는 물질이라며 별도의 복잡한 투약절차 없이 식수 등 음식으로 섭취해도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EPPS가 의약품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의 혈액진단시스템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는 이 연구에 대해 "EPPS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분해하는 과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여러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영수 박사는 "EPPS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능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인체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으며 효능이 우수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뇌과학연구소장은 "임상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연구결과만으로도 근원적 치매 치료제 개발에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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