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이 발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넣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하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인슐린 감수성(저항성) 저하'가 한국형 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형 당뇨병 환자가 전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인 85%나 된다.

서울대병원 내과 온정헌·곽수헌·박경수 교수팀은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당뇨병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란셋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경기도 안성과 안산에 거주하는 성인 중 정상 혈당을 보이는 4천106명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 참여자에게는 2년마다 당부하 검사를 통해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저항성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결과 10년 동안 당뇨병은 12%(498명)에서, 당뇨병 전단계는 27%(1천93명)에서 각각 나타났다. 나머지 61%(2천515명)는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정상 혈당 그룹은 10년 동안 인슐린 감수성이 27%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은 70% 증가했다.

반면 당뇨병 발병 그룹은 연구 시작 시점부터 정상 그룹보다 인슐린 분비능력은 38%, 인슐린 감수성은 17% 낮은 상태였다. 또 10년이 지나고서는 인슐린 감수성이 처음보다 64%나 떨어졌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즉 정상 그룹은 나이가 들면서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포도당이 세포에 원활히 들어가지 못했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 정상 혈당을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당뇨병 그룹은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도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 못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체 당뇨병 발병 환자의 38%가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포도당인산화효소'(glucokinase)의 유전자 변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박경수 교수는 "그동안에는 2형 당뇨병 대부분이 인슐린 감수성 저하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봤지만, 이번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약 40%는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가 원인으로 파악됐다"면서 "앞으로 혈당이 정상이면서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선별해 원인을 찾는다면 한국인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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