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국에 의료의 기틀이 마련된 건 미국 국무부가 미네소타 의대를 주관 교육기관으로 삼아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시행한 덕분이었다.
당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미네소타로 떠났던 한국의 젊은 의사들은 미네소타 의대에서 선진 의료기술을 배웠고, 귀국 후에는 근대 의료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미네소타 의대가 한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해오는 처지가 됐다.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미네소타의대는 한국의 생체 간이식을 배우고 싶다며 지난해 10월 연구 협력을 제안해왔고, 이후 협의과정을 거쳐 20일 공동연구 협약식을 체결한다.
미네소타 대학병원은 50년 전 세계 최초로 췌장이식과 골수이식에 성공하는 등 미국 내 장기이식 분야의 메카로 불린다.
하지만, 뇌사자 장기이식에 의존해온 미국의 특성상 기증자와 수혜자가 모두 생존한 상태에서의 '생체 장기이식'에 대한 기술 수준은 우리보다 낮다는 게 아산병원의 분석이다.
생체 간이식은 한 번 수술에 평균 11시간이 걸리고, 50여명의 대규모 의료진이 동원될 만큼 고난이도의 수술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까지 20여년에 걸쳐 생체간이식 4천30건을 포함해 총 4천772건의 간이식을 시행했다. 간이식을 통한 생존율은 1년 97%, 3년 89%, 5년 85% 등으로 미국의 간이식 성공률(1년 90%, 3년 82%, 5년 77%) 보다 높다. 세계 최초 변형우엽간이식(간의 오른쪽 부분을 이식하는 수술) 성공, 세계 최초 2대1 간이식 성공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이 병원은 그동안 쌓아온 생체 간이식의 경험과 기술을 내년부터 미네소타 대학병원 의료진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변형우엽간이식과 2대 1 간이식, ABO혈액형부적합 간이식 등이 대표적인 전수기술에 속한다.
두 기관은 또 미네소타 의대가 보유 중인 최신 줄기세포 치료기술을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 노하우에 접목히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장기 개발과 조직재생 연구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승규 아산의료원장은 "60년 전 한국 의료진에게 의료기술을 가르쳤던 미네소타 의료진이 한국으로 배우러 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의료기술이 미국과 견줄 정도로 발전했다는 의미"라며 "미네소타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 노하우와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술이 융합되면 이 분야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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