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과정에서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신생아가 뇌손상을 입었다면 의료진이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첫 출산을 앞둔 A씨는 2011년 12월 임신 39주 되던 날 밤 진통이 시작되자 다니던 산부인과 분만대기실로 입원했다.
이튿날 오전 5시20분 A씨의 자궁이 완전히 열렸으나 태아가 제대로 내려오지 않자 간호사들이 산모의 배를 눌러 태아를 밀어내는 '푸싱'을 시작했다.
10여분뒤 태아의 심박동수는 정상범위 밖인 분당 80회로 수차례 떨어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했다.
약 1시간이 지나 A씨의 분만이 임박했다고 본 간호사들은 그때서야 주치의에게 연락했고, 의사가 분만실에 도착한 지 30여분만에 출산을 마쳤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막 태어난 신생아의 피부가 창백했고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태변착색(여러 이유로 태아의 항문이 이완되면서 양수로 변이 배출되는 등의 증상) 소견도 보였다.
태변이 섞인 양수가 태아의 기도를 타고 폐에 들어가 2차적 호흡곤란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분만과정에서 태아 얼굴이 나오는 즉시 입안의 양수를 제거하고 기도 삽관으로 폐 속의 양수와 태변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료진은 신생아에게 마스크 및 기관삽관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를 한 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결국 6개월뒤 신생아는 '사지마비성 강직성 뇌성마비' 진단을, 1년 뒤엔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산모는 주치의 김씨와 병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수원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설민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분만과정에서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뇌손상이 생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천만원을 포함한 4억2천9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변착색 소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주치의인 피고는 태아의 얼굴이 나오는 즉시 입안의 양수를 제거하는 등 태변흡인증후군으로 인한 신생아의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을 예방 또는 완화할 의무가 있는데도 신생아를 수 분 동안 분만실 내에 두었다"며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다른 뇌손상 원인을 추정할 만한 여타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본 사건 신생아의 뇌성마비가 분만 중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으로 발생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만 전후의 저산소증이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그 확률은 15% 정도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범위를 35%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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