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베트남에 5개년에 걸쳐 선진국형 보건의료시스템을 전수한다. 50여년 전만 해도 미국의 의료원조를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다른 나라에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원조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17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보건 분야 4개 대학(의대·간호대·치의학대학원·보건대학원)과 베트남 보건부는 향후 5년간 베트남의 보건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협력키로 하고 오는 23일 하노이에서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다.

협약식에는 강대희 의대 학장, 이재일 치의대 학장, 김성재 간호대 학장, 조병희 보건대학원장이 참석한다.

베트남 보건부는 이를 위해 베트남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노이의대와 호찌민의약종합대학을 서울대의 파트너 사업자로 선정했다.

서울대는 하노이대학과 호찌민 대학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역(Quoc Oci district와 Thuan An Town)에 각각 시범사업지를 선정하고, 두 대학 및 해당 지역 보건당국과 함께 이달부터 지역 내 보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분석결과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내년부터 실질적인 시범사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양측은 보고 있다. 시범사업 진행상황에 따라서는 베트남에 '하노이 서울대병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베트남은 1인당 국민소득(GNP)이 미화 1천800달러에 머물고 있지만, 출생 후 기대여명은 76세로 더 부유한 주변국인 태국(74세)과 필리핀(69세) 보다도 높다. 때문에 국가 전반의 보건수준은 이들 나라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은 건강보험의 지속적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차의료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3차 의료기관의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 서울대의 시범 협력사업 중 향후 성공적인 요소로 평가되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사업범위를 전국화해나가겠다는 게 베트남 보건부의 복안이다.

서울대는 이번 베트남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사업을 한국전쟁 직후 미국의 대 한국 보건의료원조 프로그램인 '미네소나 프로젝트'에 비유한다.

이 대학은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1955년부터 1961년까지 7년 동안 총 226명의 교수가 최단 3개월에서 최장 4년간 미국 연수를 받았다. 또 59명의 미네소타대 자문관들이 15일에서 길게는 7년여 동안 한국에 상주하면서 대학 교육체계 전반을 자문하고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초석이 됐다.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은 "그동안 의과대학 자체로 라오스 보건의료인력을 교육하는 원조를 해왔지만 이번 사업은 한 나라의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새로 짠다는 측면에서 규모와 의미 등이 남다르다"면서 "한 국가의 전문가집단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형태의 매우 포괄적인 국제사회 공헌 방식이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새로운 개발원조의 모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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