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축설비가 열악하다는 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나 대한설비공학회 의료시설특별위원회 등에 속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0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2주간 응답자들이 주어진 보기에 동의하는 정도를 점수로 매기는 리커트 척도(7점)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지를 받은 전문가 100명 가운데 54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메르스가 확산한 주요 원인으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 가족이 병실에 머무르는 문화'(5.78점)와 '열악한 병원 건축·설비 환경과 관리·운영 프로세스'(5.76점)를 1위와 2위로 꼽았다.
이어 '중앙정부의 감염병원 미공개와 메르스에 대한 대국민 홍보 미흡'(5.74점)과 '환자의 이동경로 및 의료기록 등 의료정보 파악의 어려움'(5.69점)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메르스가 병원에서 확산(2차 감염)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건축설비적 요소는 '별도의 급·배기구 부재'(5.83)'라고 답했다.
실제 메르스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은 병실에 배기구가 따로 없고 창문도 작아 메르스 바이러스 농도가 짙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음압시설 부재나 부족'(5.69점)과 '재순환방식의 중앙공조 설비 시스템'(5.46점)도 메르스의 병원 내 확산에 주요 원인으로 인식됐다.
재순환방식 공조시스템은 병실에서 나온 공기를 재사용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나 감염균이 병원 전체에 퍼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응답자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으려면 ▲ 의료법 등에 병원 내 감염과 관련한 병원 건축설비 기준 구체화 ▲ 병원 신축·리모델링 때 적용할 감염병 대응 설계·설비 가이드라인 마련 ▲ 설비 전문가가 포함된 병원감염대책위원회 결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건국대 동물실험실에서 원인 불명의 호흡기질환 환자가 발생하는 등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병원 등 시설 내 감염에 대응하는 건축설비 환경 개선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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