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세포 표적에 결합하는 항체에 화학약물을 붙인 항체-약물복합체로 암조직 투과율을 기존 항체 치료제보다 3배, 암세포 사멸 능력을 2.5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 연구팀은 11일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에 결합하는 능력이 3배 이상 큰 인공항체(리피바디)를 개발하고 여기에 항암제를 결합시켜 암세포 사멸능력을 2.5배 높인 인공항체-약물복합체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으로 수행된 이 연구결과는 응용화학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10월 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최근 암 치료제 연구는 기존 화학 약물의 단점을 극복할 항체 등 단백질 치료제에 집중되고 있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능이 높은 항체치료제가 다수 개발돼 임상에 적용되고 있으나 분자량이 커서 세포 내 침투가 어렵고 치료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게 문제다.
항체치료제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화학약물을 암세포 표적에 결합하는 항체에 붙인 항체-약물복합체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항체 안정성이 떨어지고 항체와 약물 비율 조절이 어려워 균일한 결과를 얻기 어렵고 제조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적·물리학적 안정성이 높고 크기가 작아 세포 내 침투가 쉬운 인공 항체 골격인 리피바디(repebody)를 개발했다. 리피바디는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상피세포인자수용체(EGFR)에 강하게 결합, 기존 항체 치료제보다 암 조직 투과율이 3배 이상 높다.
연구진이 리피바디에 효소화학적 방법으로 항암제를 결합시킨 인공항체-약물복합체는 인공 항체에 균일한 수의 약물이 안정적으로 결합돼 있어 동물 실험에서 암세포 사멸 능력이 기존 항체 치료제보다 250%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아직 독자적인 단백질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매우 안정적이고 균일한 인공항체-약물복합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앞으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학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항체-약물 복합체는 세포·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낮고 암 치료 효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혁신적인 표적 치료제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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